항만·특송 등 대규모 밀반입 급증
개인 소량 반입서 범죄 양상 대형화
높은 가격대 형성… 표적 가능성 커
동남아 이어 중동까지 생산지 확대
국정원, 주요국 협력 통한 대응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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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마약조직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인 마약 단속에 나서면서 그 여파로 국제 마약조직들의 마약 유통 지형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이러한 국제 마약조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정원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은 마약 가격대가 형성된 한국이 국제 마약조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국내 유입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본지는 국정원의 마약 대응 자료를 입수, 한국을 둘러싼 국제 마약조직 활동과 국내 마약 유입 경로를 살펴봤다.
◇부산항·옥계항 배후 '국제 마약조직'…대형 밀수 양상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국제 마약조직의 마약 밀매는 '해외→국내 반입' '국내 유통' 등 두 가지 단계를 거친다. 마약은 국제우편·특송화물을 비롯해 여행객을 운반책으로 악용하는 '지게꾼' 방식으로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개인이 소량을 반입하는 사례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수백kg 이상 규모의 대형 밀수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범죄 양상이 대형화되고 있다.
특히 항만과 해상을 통한 대규모 밀반입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부산항이나 강릉 옥계항에서 대형 선박에 은닉된 코카인 적발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사 당국은 지난 5월 10일 부산신항에 입항한 남미발 9만5930t급 컨테이너선 A호에 적재됐던 빈 컨테이너 내부에서 600kg의 코카인을 발견했다. 이는 20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3000억원 상당이다.
지난 4월 2일에는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입항해 정박 중인 3만2000t급 선박에서 1.6t 규모의 코카인을 수사 당국이 발견했다. 시가 8450억원 상당으로 517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코카인을 운반한 필리핀 국적 선원 A씨는 지난 2월 신원을 알 수 없는 마약상들로부터 마약을 운반하는 대가로 400만 페소(한화 약 1억원)를 받았다. A씨는 페루 인근 공해상에서 코카인을 실은 보트와 접선해 코카인 1.6t을 건네받아 동료들과 함께 국내 반입을 시도하다 적발됐다.
국정원은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의 마약 단속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로 북미·멕시코산 마약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또 특수화물을 이용한 마약 밀수 수법에도 경계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제 마약조직들은 최근 카펫에 액상 필로폰을 흡착해 반입하거나 진공 포장된 차(tea)에 합성마약 '야바'를 은닉하는 등 세관의 검색을 피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골든트라이앵글 이어 '황금의 초승달 지대' 경고
동남아시아 지역은 수십 년 동안 골든트라이앵글(태국·라오스·미얀마 접경지대)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를 형성했다.
과거 양귀비를 시작으로 아편, 헤로인이 주로 생산됐으나 현재 필로폰이 주요 생산품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 유통되고 있으며, 한국·일본·대만 등은 인편·국제우편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양귀비·헤로인 생산지인 파키스탄·이란·아프간 접경 '황금의 초승달 지대'에서도 최근 필로폰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통제가 어려운 지정학적 특성에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마약생산·유통이 지속될 것이란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황금의 초승달 지대가 골든트라이앵글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원점타격'으로 국제 마약조직들의 국내 침투에 맞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태국·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필리핀 등 주요 5개국 마약 수사기관과 '아시아 마약정보협력체'를 발족하고, 올해 9월에는 참가국을 확대해 마약조직 공조 색출·와해 방안 등을 논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