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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위장·비대면 유통… 마약범죄 점점 지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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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최민준 기자

승인 : 2025. 12. 03. 17:43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 밀반입 시도
텔레그램 주문 통한 던지기 방식 활용
공유숙소 옮겨 다니며 추적 피하기도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 언론 브리핑에서 공개된 에토미데이트 등 압수물. /제공=국가정보원

국제 마약조직의 마약 은닉·밀반입 수법은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국내에서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은 물질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기민함까지 보이고 있다.

신종마약 '에토미데이트' 국내 밀반입 시도가 대표적이다. 에토미데이트는 올해 8월에야 마약류로 지정된 전신마취 유도제다. 프로포폴 대용으로 불법 투약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지속돼 2020년부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관리돼 왔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은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NCID)와 공조해 에토미데이트 국내 밀반입을 시도한 싱가포르인 총책 아이번 등 국제마약조직원 4명을 지난 6월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검거했다.

국정원은 국제 마약조직을 조사하던 중 2023년부터 한국 출입 빈도가 잦던 아이번을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했다. 아이번은 서울 강남에 헤드헌팅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 행세를 했다. 한국 학생들에게 에토미데이트를 '수사기관에 걸리지 않는 마약'으로 소개하며 국내 유통망을 구축하려 했다.

이 조직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에토미데이트를 주입한 후 매달 2만개씩(200만명 동시 투약분) 밀반입할 계획이었다.

국정원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해외에서 선제 타격하기로 결정하고 말레이시아 마약범죄수사부와 공조해 조직원들을 일망타진했다.

국정원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5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마약 카트리지 4958개(시가 23억원)와 전자담배 포장용 종이박스 3000여 개를 압수했다. 에토미데이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마약류로 지정됐다.

국제 마약조직은 '비대면' 유통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다크웹·텔레그램 등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마약을 숨긴 장소만 알려주는 이른바 '던지기' 방식을 활용한다. 대금도 가상화폐로 받는다. 마약 유통 전 과정에서 얼굴을 마주할 단 한 번의 순간도 없애버리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실제 검거 사례를 보면 총책·드라퍼 등 마약사범 6명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엑스터시, 합성대마 등을 수입·유통했다.

또 공유오피스를 활용한 비대면 방식도 등장했다.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공유 숙박 플랫폼 단기 임차 숙소로 배송된 필로폰(약 1kg)을 수령한 말레이시아 국적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숙소를 바꿔가며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항공화물에 대한 엑스레이 검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북미·멕시코 마약조직 가운데 아시아계 조직원들의 활동에 주목하며, 현지 공급조직 색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민훈 기자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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