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0004 | 0 | | 사진 서울독립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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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닌달 27일 개막한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5일까지 CGV압구정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이어진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는 역대 최다인 167편이 출품됐다. 경쟁 부문만 127편(단편 84편·장편 43편)이 포진했다. 그러나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라는 슬로건처럼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숫자와는 다른 한국 독립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절실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제 출품 편수가 늘었고 장르와 서사, AI(인공지능) 등 기술과 플랫폼의 실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그늘'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립 영화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독립영화 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신진 감독 특별 지원과 후반 작업 지원 등 신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예술영화관 운영 지원 예산도 확대되며 전국의 독립·예술영화 전용관과 작은영화관, 공공 상영공간을 중심으로 관객 접근성이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예술영화 관객 수도 30만명을 돌파하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인들은 단순한 예산 확대와 제도 보완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중앙을 아우르는 구조적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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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회성 지원 보다 구조적 지원으로 이어지기를"
서울독립영화제 현장에서 들려오는 제작자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냉정했다. 극장 상영 기간은 짧고 스크린 수는 적고 홍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새로운 기회로 거론되지만 합리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완성된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경로, 즉 배급과 상영 인프라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영화제 포럼에서 "극장과 OTT, 공동체 상영과 교육 상영까지 이어지는 다층적인 상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독립영화는 제작 단계에서만 살아 있고 상영 단계에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다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독립영화가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상영될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 003 | 0 | | 사진 서울독립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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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의 로컬시네마 섹션은 올해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역 감독들의 작품을 묶어 상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역 독립영화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영화 관련 예산을 삭감하며 지역의 작은 독립영화제가 열리지 못하거나, 독립영화 상영관이 문을 닫는 사례들이 보고되는 것과 관련해 활동가들은 포럼에서 "지역영화 예산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역할을 나누고 연대하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서울독립영화제 같은 중앙 축제가 전국 지역 영화제, 미디어센터, 상영관과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작품과 인력이 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인재 양성의 통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감독과 배우, 프로듀서, 촬영·편집·음악 인력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올해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배우 변우석의 이름이 붙은 'SIFF X 변우석: Shorts on 2025' 제작지원 프로그램이다. 단편 시나리오 공모, 제작 지원,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및 배급까지 연계되는 구조다. 인기 배우가 독립영화 창작자들을 위해 후원자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변우석은 "이번 지원이 완성된 영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창작에 작은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새로운 세대 영화인의 연대에 힘을 보탰다.
배우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 역시 현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신인 배우들이 1분 분량 모노로그 영상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고, 단편 감독들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독립영화는 자본보다 사람이 먼저 움직이는 현장이기 때문에, 이러한 인적 자원 발굴 프로그램은 곧 생태계의 뿌리를 튼튼히 다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 000 | 0 | | 사진 전형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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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
정책과 제도, 예산과 인프라의 이야기는 결국 현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삶으로 귀결된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된 장편 '오늘의 뒷풀이'의 관객과의 대화는 이 지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무명 연극 배우들의 애환과 자존심을 담은 이 영화는 하나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소동과 대화를 통해 배우라는 직업의 현실을 그린다. 이호현 감독은 왜 한 공간 영화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돈과 회차, 시간이 한 공간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답했다. 예산과 촬영 회차가 제한된 상황에서 그는 스태프들과 전작 '오늘의 장내'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 달 동안 연극처럼 리허설을 한 뒤 4회차 촬영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배우들에게는 "돈은 많이 줄 수 없지만, 함께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자"는 제안을 했고, 출연진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관객이 독립영화의 생존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인상적이었다. "장사를 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극장에서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만이 우리가 영화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그맣게 개봉하고, 이후 IP든 OTT든 이어지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이 영화에서 조예진 역을 맡은 임나영은 걸그룹 출신이라는 대중성을 가진 배우다. 그는 GV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 괴리가 크지만, 힘든 과정을 거치고 결과물을 보는 순간이 가장 행복해 그 보람 하나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 아이돌 출신 배우가 독립영화 현장에서 체감한 감정은, 독립영화가 더 이상 '폐쇄적인 취향의 장'이 아니며, 대중과 예술 사이를 잇는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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