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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 |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없다. 한미 관세협상 진통과 보호무역주의 물결 속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그렇다. 하지만 속을 꼼꼼히 살펴보면 환호보다 걱정이 앞선다. 반도체라는 단일 업종이 이룬 업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반도체 착시'가 뚜렷하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4876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948억 달러)과 비교해 오히려 1.5% 줄었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반도체(19.8%), 자동차(2.0%), 선박(28.6%), 바이오헬스(7.0%), 컴퓨터(0.4%)를 제외하면 10개 품목이 역성장했다. 일반기계(-8.9%), 석유제품(-11.1%), 석유화학(-11.7%), 철강(-8.8%), 자동차부품(-6.3%), 무선통신기기(-1.6%), 디스플레이(-10.3%), 섬유(-8.1%), 가전(-9.4%), 이차전지(-11.8%) 등 줄줄이 부진했다.
11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8.3%로 올 들어 최대치다. 이 추세라면 올해 반도체 수출은 1700억 달러를 넘어 전체 수출 7000억 달러의 24~25%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수출액의 4분의 1이 반도체에서 나오는 셈이다.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문제는 수요 급증과 가격 급등이 함께 일어나는 이른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까지는 인공지능(AI) 서버,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여전히 수요가 나올 수 있지만, 2027년에는 호황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도체 쏠림이 이렇게 강한 상태에서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수출 전체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데도 최근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급등)가 누그러지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우려와 관련이 깊다. 반도체를 대신할 '캐시카우'가 안 보이는 것이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수출을 견인했던 자동차 및 차 부품업은 대미 관세 영향으로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자축만 할 게 아니다. 수출을 이끌어온 주력 제조업 상당수가 해외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수출 업종 발굴과 제품 개발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