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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결정에 우려·기대 교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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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5. 12. 08. 14:27

시장 지배력 높이고 콘텐츠 영속성 늘리려 하는 의도 엿보여
美 현지 반응 다소 부정적…트럼프 행정부 승인 여부도 관심
장성호 감독 "극장용 영화에 눈 돌린 넷플릭스의 긍정적 변화"
넷플릭스 워너브러더스
넷플릭스가 102년 전통의 '영화 명가' 워너브러더스를 인수·합병하기로 결정해 할리우드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1997년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오징어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상 윗줄 왼쪽과 오른쪽) 같은 메가 히트작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리 포터'와 '슈퍼맨'(이상 아랫줄 왼쪽과 오른쪽) 시리즈 등 방대한 인기 콘텐츠들을 보유한 워너브러더스에는 한참 못 미친다./제공=넷플릭스·워너브러더스
20대 청년이 100세 넘은 동네 어르신을 새로운 가족으로 맞아들이려 하는 속내와 배경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1997년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출발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102년 전통의 '영화 명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720억달러(약 106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최종 계약을 지난주 체결한 걸 두고, 현지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소유의 방대한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해 한계에 이른 안방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에 버금가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노린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는 3억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이 포화 상태로 접어들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억2000여만 명이 가입해 있는 워너브러더스의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를 품어, 자칫 떨어질 수도 있는 시장 지배력을 다시 압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이유다.

영화사 최고의 클래식으로 일컬어지는 '시민 케인'을 시작으로 '배트맨' '슈퍼맨' 등과 같은 슈퍼 히어로물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워너브러더스의 영화·TV 콘텐츠도 넷플릭스의 이번 포석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극장 개봉 영화들을 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 온 넷플릭스로서는 워너브러더스가 제작한 블록버스터들의 방영이 가능해지고, 거꾸로 자사가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들을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구조까지 구축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5만여개의 영화관 사업자를 대표하는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성명을 발표해 "워너브러더스가 극장에 공급하는 영화가 없어진다면 연간 박스오피스 매출의 25%가 제거되는 것과 같다"며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익명의 영화 제작자 그룹은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전날 의회에 보냈고, 미국 동부 및 서부 작가 조합과 미국감독조합(DGA)도 일자리 감축과 임금 삭감으로 창작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합병이 오히려 넷플릭스의 자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여부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 역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6일(현지시간) 게재한 '넷플릭스 주주들이 워너브라더스 인수를 환영하지 않는 이유'란 제목의 기사에서 "넷플릭스가 극장용 영화 제작과 마케팅에 수 억 달러를 써야 하므로, 넷플릭스 투자자들은 걱정할 수밖에 없다"라며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의 콘텐츠들을 자사 플랫폼에서만 방영해 (그동안 워너브러더스 콘텐츠들을 공유해왔던)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HBO맥스와 살림을 합친 뒤 구독가를 인상하면 당국의 '반 독점' 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와 인수 경쟁을 벌였던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엘리슨의 아버지인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휘하의 행정부가 독점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넷플릭스는 58억 달러(약 8조원)의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워너브러더스에 물어야 해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한편 연출과 제작을 겸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로 올 봄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지난주 본지와 만나 "극장용 영화의 높은 브랜드적 가치와 극장의 오랜 순기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긍정적 변화로 읽고 싶다"면서 "최근 수 년간 워너브러더스가 극장에서 꽤 많은 흥행 수익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린 결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케팅을 거쳐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일수록 대중의 뇌리에 오래 남지만, 그렇지 않은 콘텐츠들은 생명력이 길지 않은 편이다. 영속성을 고민하는 넷플릭스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일 것"이라며 "합병 성사시 향후 할리우드에서는 극장용 영화 산업와 스트리밍 업계의 자본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텐데, 극장용 영화 산업이 붕괴다다시피 한 우리나라도 반드시 참고해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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