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사업 불가역적인 훼손 초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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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지난 5일 통도사와 울산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를 방문해 사업 추진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고 8일 밝혔다.
울주군은 이미 2018년 노선 검토 과정에서 해당 노선의 부적합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울주군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 이후 노선을 변경해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계종 환경위는 통도사 산군 생태계와 세계유산 가치 훼손 우려를 확인하고 점검하기 위해 현장 방문을 했다.
위원들은 현장에서 △변경 노선의 설치 위치 △공룡능선 경관 영향 △식생 훼손 가능 지역 △탑승·하부 정거장 조성 예정지 등을 살펴보며 케이블카 설치가 신불산·영축산·통도사 수행환경에 미칠 영향을 확인했다. 특히 자연경관의 핵심 공간인 공룡능선 위로 철탑과 와이어로프가 설치될 경우 세계유산 등재의 핵심 근거인 '산사와 자연의 조화'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통도사 측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보전 가치가 흔들리고, 수행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며 깊은 고민과 우려를 표했다.
조계종 환경위는 통도사와의 협의를 통해 향후 종단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 구축에 뜻을 모았으며, 행정 절차 대응과 보호지역 제도 개선 활동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세계유산 보전 원칙 위반 △수행·생태환경 파괴 △허위·부실 환경영향평가 △지역경제 명분의 허구 △지역 갈등 심화 등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의 심각한 위법성·부당성을 지적하며 해당 계획의 불가역적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조계종 환경위는 향후 △관계 행정기관 대응 △환경영향평가 검증 △법률·제도 개선 활동 △시민사회 및 종교계 연대 구축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하며 케이블카 건설 중단 및 철회를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신불산과 영축산, 그리고 통도사는 한국 불교의 심장부이자 인류가 보호해야 할 세계적 자연·문화유산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불가역적인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종단은 통도사와 함께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조계종 환경위 반대 성명 전문이다.
| 신불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건설을 단호히 반대한다. 낙동정맥의 웅장한 기운이 내려와 모이는 이곳은 단순한 산이 아닙니다. 장엄한 산줄기가 빚어낸 통도사 산군(通度寺 山群)은 그 이름부터 불교의 깊은 신성함을 담고 있습니다. '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의미의 신불산(神佛山)은 영축산(靈鷲山)으로 연결됩니다. 영축산은 다름 아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직접 설법을 펼치셨던 인도 마가다국의 그 성스러운 산 이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러한 산군 아래, 한국 불교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통도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지승원의 가치는 단순히 경내만이 아닌, 백두산의 기운이 산줄기를 따라 연결되는 입지적 맥락이 포함됩니다. 1,4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한민국 불보(佛寶)종찰입니다. 특히 산군과 하나 되는 통도사의 독보적인 역사문화적 가치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유산(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등재되어 인류의 소중한 유산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신적, 문화적 역사를 면면히 이어오는 살아있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통도사를 포함한 한국의 사찰은 산림과 하나되는 사찰로서 그 독보성을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즉, 신불산과 영축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이자, 세계인이 보호해야 할 독보적 문화유산입니다. 그런데 성스러운 산으로 보호되어야 마땅한 유산인 통도사 산군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케이블카 설치계획에 자연의 온전성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미 울주군은 2018년 케이블카 노선 검토과정에서 본 노선의 부적성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적합하다고 제시한 노선조차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무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부적합으로 제척한 노선을 친환경적인 노선으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한국 불교의 심장부이면서,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은 유산을 둘러싼 자연을 지키기 위해 비통하고 단호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 반대 입장을 천명합니다. 첫째, 세계유산의 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 국격을 추락시키는 행위입니다. 통도사 산군을 관통하는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은 무엇보다도 세계적 보호대상이자 대한민국 불교의 상징인 불보사찰 통도사의 수행환경을 크게 훼손합니다. 이 사업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세계유산의 보전 가치를 해치게 됩니다. 최근, 유네스코는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가치 훼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도사 또한 관련 논란이 종식되지 않을 경우, 불보종찰의 수행환경 훼손뿐만 아니라,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호하지 못하여 국가적 위상이 추락할 것입니다. 둘째,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미래세대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합니다. 2022년, 국제사회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을 위해 보호지역을 2030년까지 30% 면적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현재 보호지역이 국토면적의 17%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이를 확대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거꾸로 자연공원의 핵심 심장부에 쇠말뚝을 박으려 합니다. 신불산은 우리가 함부로 소비할 자원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생명의 보고입니다. 현재세대는 임의로 미래세대의 몫을 가로챌 수 없습니다. 케이블카 건설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횡령 범죄입니다. 셋째, 신불산 최고의 비경, 공룡능선의 아름다움을 영구히 파괴하는 죄악입니다. 신불산 보호지역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명소입니다. 특히, 현재 계획된 케이블카 노선은 신불산의 수려한 경관 지역 중에서도 으뜸인 공룡능선 위로 흉물스러운 철탑과 와이어로프를 얹으려 하고 있습니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인공구조물로 짓누르는 것은 신불산의 영성을 파괴하는 폭거입니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은 산은 더 이상 탐방객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자연경관은 한번 망가지면 억만금을 들여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미래세대를 배려하라는 법률로 정한 책무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입니다. 넷째,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허울 좋은 거짓을 멈추십시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허울로 추진하는 케이블카 건설은 또 다른 연속된 산림훼손 개발을 위한 구실에 불과합니다. 케이블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사업일 뿐입니다. 전국 40여 개 관광용 케이블카 대부분이 적자 상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하는 세계유산이자 국가 자연보호지역을 신빙성 없는 무모한 도박으로 훼손하려는 행위일 뿐입니다. 소중한 자연유산의 훼손을 전제로 한 적자사업의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합니까? 다섯째, 거짓과 부실로 점철된 위법한 환경영향평가는 반려하여야 합니다.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는 수령 100년이 훌쩍 넘는 잣나무 군락지조차 기록하지 않는 등 명백한 거짓과 부실로 작성되었습니다. 생태적 가치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개발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사실관계가 왜곡된 평가서를 즉각 부동의하고, 개발을 위해 진실을 눈감는 행태에 엄중한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사회적 갈등을 끝내야 합니다. 1,400년을 이어온 화쟁(和諍)의 땅이 찬반 갈등으로 찢어지고 있습니다. 자연공원과 세계유산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호되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이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식 개발 추진은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길 뿐입니다. 행정 당국은 갈등을 조장하는 개발 폭주를 멈추고, 보호지역에 걸맞은 상생의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보호지역 내 케이블카 건설계획의 근본적 갈등 요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케이블카와 같은 단순 유희의 개발사업이 계획되지 않도록 자연공원법을 포함한 보호지역 법률 개정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유산이자 자연유산이며, 전 세계가 지켜야 마땅한 세계유산권역을 온전히 보전하는 일은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입니다. 모든 인류가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 영축산과 신불산, 그리고 통도사는 불교만의, 우리 시대만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뭇 생명이 깃들어 살고, 천년의 역사가 지금도, 앞으로도 살아 숨 쉬는 성지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신불산 케이블카 건설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 계획이 불가역적으로 철회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대한민국 조계종 사부대중과 불자들은 미래세대의 안녕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불기 2569년(2025년) 12월 8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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