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산으로 FTA 우회 '진입 루트' 열리나
수요·투자·원가 '3대 변수' 넘어야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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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판매된 경차는 6만7115대(소형으로 분류되는 캐스퍼 일렉트릭 제외)로 전년 동기(9만719대)보다 26%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0만대 판매 달성을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차 시장에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레이 등 3개 차종만 남으며 선택권이 크게 좁아지고, 이전보다 가격이 오르며 '가성비'로 대변되던 기존 포지션도 흔들렸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일본 경차의 한국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일본 경차를 두고 "크기가 매우 작고 귀엽다"며 "이런 초소형 차량을 미국에도 도입하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에게 "초소형 차량의 미국 내 생산과 운행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일본 경차는 국내에 단 한 번도 정식 출시되지 않았다. 구조적 한계가 컸다. 일본 경차는 배기량과 크기 등 법으로 엄격히 제한된 규격을 따른다. 더불어 일본산 경차는 수출이 아닌 내수 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한 탓에 우핸들 모델만 있을 뿐 아니라, 충돌 안전기준과 보행자 보호 규정은 물론 배출가스 규정도 충족하기 어렵다.
미국 역시 이 같은 경차 생산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연방 자동차 안전 기준(FMVSS)을 비롯한 각종 규정 탓에 경차 시장의 규모는 매우 작았다. 업계에서는 일본 업체가 미국 현지에서 경차를 생산해 '북미 인증'을 확보하면 한미 FTA에 따라 일본 경차가 미국을 통해 한국으로 우회 진출하는 통로가 열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 역시 뚜렷하다. 미국 시장에서 경차가 의미 있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미국은 덩치가 큰 SUV와 픽업트럭이 주력으로 판매돼 '작은 차'를 선호하지 않는다. 일본 업체 입장에선 대당 마진이 낮은 경차 판매를 위해 북미에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할 만큼 사업성이 나오느냐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북미 안전 규제를 맞추기 위한 설계가 추가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 미칠 파장도 성급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일본 경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안전성 우려, 여전히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수요 구조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시장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 현지 생산 투자와 북미 안전 규제 충족에 따른 원가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 자체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경차의 한국 진출은 아직은 정책 발언에서 촉발된 가능성 수준"이라며 "미국 수요 창출, 현지 생산 투자 결단,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3대 변수를 모두 넘어야 비로소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