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성형 AI 비즈니스 투자 활발…'브루탈리스트' 등 AI 힘 빌려
창작자·실연자의 권리 침해 해법 찾지 못해…활용 방식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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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조성준 기자 = 올해 '중간계'로 상업 영화의 AI 도입을 처음 알린 우리나라와 달리, 할리우드와 발리우드로 각각 상징되는 미국과 인도 영화계는 연기와 촬영 등 여러 분야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통신원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할리우드의 생성형 AI 비즈니스 투자액은 이미 560억 달러(약 82조3000억원)를 초과했다. 이처럼 전폭적인 투자에 힘입어 AI는 특수시각효과(VFX)와 디에이징(de-aging), 음성 합성, 시나리오 개발, 사전 제작 등 제작 과정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촬영상 등 주요 3개 부문의 트로피를 거머쥔 '브루탈리스트'는 출연진의 헝가리어 억양을 AI로 다듬었고,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에밀리아 페레스'는 주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노래 연기 장면에서 영화음악 작곡가 카미유의 목소리를 AI로 섞었다. 또 80대인 해리슨 포드가 '인디애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30년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회춘한 것도,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에서 어린 '퓨리오사'와 성인 '퓨리오사'의 얼굴이 놀랍도록 닮은 것도 모두 AI가 있어 가능했다.
인도 영화 산업은 미국 할리우드에 빗대어 '발리우드(Bollywood)'로 불린다. 인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뭄바이의 옛 이름인 봄베이(Bombay)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다. 발리우드에서 AI 활용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단연 더빙이다. 인도에서는 지역 별로 다양한 언어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통한 더빙 제작 과정 간소화와 목소리 생성 기술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일례로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타 바찬이 지난해 선보인 감독 데뷔작 '베타이안'은 AI 보이스 클로닝 기술을 더한 아미타 바찬의 목소리로 타밀어 더빙 버전을 완성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리우드는 생성형 AI 장편 영화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힌디어 영화 '나이샤'와 '마하라자 인 데님스', 칸나다어 영화 '러브 유'가 인도 최초의 AI 생성 장편 영화의 타이틀을 놓고 올 한해동안 경쟁한 끝에 '러브 유'가 타이틀을 차지했으며 배우·감독·제작자를 겸하는 아제이 데브건이 생성형 AI 스토리텔링과 콘텐츠 제작 자동화 회사인 프리즈믹스를 설립하는 등 영화계 인사들의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할리우드와 발리우드 모두 AI 활용에 거침이 없어 보이지만, 창작자와 실연자의 권리 침해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은 완벽하게 찾지 못한 상태다.
할리우드의 경우 2023년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배우조합(SAG-AFTRA) 동시 파업 당시 AI는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화면의 배경에 위치한 배우들이 동의나 추가 보수 없이 3D 스캔을 통해 디지털 복제본으로 대체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합성 출연자 사용시 협상을 의무화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발리우드에서는 AI 보급으로 인한 성우와 가수의 영역 축소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인도성우협회(AVA)는 공정한 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회람을 발행하고, 생존 전략 모색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업계 협약이나 정부 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또 영화 음악 부문에서는 가수의 보컬을 AI로 대체한다거나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의 통신원들은 "지금은 AI 영화 제작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술적 혁신에 대한 기대와 윤리적 우려가 섞여 있다"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AI가 예술을 대체할 수 있는가'가 아닌, 'AI와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예술을 확장할 수 있는가'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