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010년 이후부터 2025년 4월 현재까지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해양관측부표, 해상플랫폼 등 해양구조물 현황을 해군 협조로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
이른바 중국의 '서해 공정'에 대해 미국 조야(朝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작 한국에서는 정부와 여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9일 공개한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에서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서 중국이 최근 몇 년간 무단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전시와 평시의 중간에 해당하는 '회색지대' 전술이며, 이에 대한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무력 충돌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해 상대를 약화하는 강압적 행위다.
중국이 서해에서 벌이는 민간 시설 설치와 한국 선박에 대한 중국의 괴롭힘은 남·동중국해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 중국은 남·동중국해 국제해역의 섬이나 암초 등을 조금씩 매립하는 방식으로 군사기지화 한 뒤 해양 영토로 선언해 분쟁지역으로 만들었다. 이런 '점진적 주권 확장' 전술을 중국이 서해에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이후 중국이 PMZ 내부 및 주변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부표가 이미 13개나 된다. 2001년 체결한 한·중 어업협정 위반이다. 중국은 사전 협의 없이 PMZ 내에 대형 심해 양식장 구조물 2개와 다른 대형 구조물도 건설했다. 이 또한 PMZ 내 영구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어업협정 위반이다.
보고서에는 2020년 이후 중국의 행위를 조사하려는 한국 선박의 노력 135건 중 27건이 중국 해안경비대에 의해 차단됐고, 여기에는 한국의 조사선 온누리호가 중국 해안경비대와 15시간이나 대치한 사건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다. 지난달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방한했던 스티븐 예이츠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중국의 서해 내해화(內海化) 시도를 우려한 바 있다. 중국의 목적은 고정 구조물 설치를 통해 해상 지배력을 강화하고 우리 선박의 항해 접근권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남중국해에 구단선(九段線)을 그어 분쟁화시킨 수법과 판박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골든타임을 놓치면 서해가 남중국해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공개적 문제 제기보다 해양수산부를 주무 부서로 한 막후 대화에 주력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업협정 위반 항의 정도로 그칠 단계는 한참 지났다. 2015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남중국해 시설물 설치를 공론화했을 때 이미 중국은 해양 영토화를 사실상 완료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올해 추경예산에 넣기로 했다가 빠진 '비례 대응물 설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맞대응하는 시설을 우리도 건설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의 무단 행위에 항의하고 미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