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시선으로 풀어낸 한 공동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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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스토리'는 극단 불이 2024년 겨울 'A Very Simple Story'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처음 선보였던 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공연은 우크라이나 희곡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으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번 재연은 초연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각색과 출연진 구성에서 변화를 더해 새로운 무대를 준비한다. 재공연이지만 동일한 재현보다는, 다시 한 번 텍스트를 현재의 무대 조건에 맞게 호흡시키는 시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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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온해 보이던 일상은 주인집 딸의 임신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변화를 맞는다. 이웃집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를 알게 된 주인집 내외는 낙태를 요구한다. 이에 대해 이웃집 남자가 이를 막으려 나서면서 갈등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주인은 낙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돼지를 죽이고, 돼지는 이후 천사가 되어 다시 축사를 찾는다. 이 설정은 현실적인 사건과 상징적인 장면이 교차하는 구조로,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심플 스토리'는 주인집 딸의 임신과 이를 둘러싼 낙태 요구를 갈등의 출발점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작품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대응을 차례로 따라가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준다. 인간 대신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적 설정은 이러한 사건을 직접적인 현실 묘사와는 다른 결로 전달하며, 관객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를 통해 관객은 각 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스스로 생각해볼 여지를 갖게 된다.
이 작품이 형성하는 정서는 우크라이나라는 공간과 맞닿아 있다. 동유럽 사회가 지닌 자유에 대한 감각과 공동체의 역사적 경험은 이야기의 전면에 나서기보다, 배경으로 작용하며 사건이 전개되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작품은 이러한 맥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인물과 상황을 따라가며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그 결과 관객은 특정 국가의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다른 사회의 조건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선택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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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에는 맹봉학, 주원성, 문혜주, 박용, 조정근, 마달풍, 백선아, 공현욱, 장서이, 온세미, 박은재, 김태라, 허라겸, 안호주, 박준일, 김산, 황정후, 김수정, 안진희가 참여한다. 중견 배우와 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는 이번 구성은, 이야기 속 다양한 위치의 인물들을 동시에 따라가게 만든다. 특정 인물의 서사에 집중하기보다,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에 따른 반응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조로 전개된다.
원작자인 Maria rado는 1965년 우크라이나 키이우 출생으로, 극작가이자 감독, 배우로 활동해왔다. 'A Very Simple Story'를 비롯해 'Maestro', 'Ukrainian games', 'Red and Black' 등은 동유럽권에서 꾸준히 상연되며 그녀의 주요 작품으로 언급된다. 그녀의 작품은 일상의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선택과 관계를 무대 위에 옮기는 데 특징이 있다. 현재도 젊은 세대와의 작업과 교육 활동을 이어가며, 연극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심플 스토리'는 주인집 딸의 임신을 계기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품은 인물들 사이에서 이어지는 선택과 대응을 차례로 따라가며,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관객은 각 장면을 따라가며 등장인물과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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