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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오너는 본능적으로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기 마련이다. 매출 신장이나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행에 즉각 옮긴다. 특히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나 관련 회사와는 M&A를 추진한다. 그래서 급성장 가도를 달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숱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쿠팡의 경우가 그렇다. 쿠팡은 '로켓 성장'했다. 새벽 배송을 무기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몰이를 했다. 다른 경쟁기업은 쿠팡 앞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오늘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신선한 제품이 놓여 있는 그 상황을 쉽게 예상하기는 힘들었던 우리다. 쿠팡 오너 김범석은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한국 시장 장악에 성공한 그는 쿠팡의 마케팅 모델을 아마도 전 세계로 확산시켜 가지 않을까 싶다.
그런 쿠팡에 닥친 오버스케일링 부작용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인 직원의 개인정보 유출에서 비롯됐다. 퇴사한 중국인 직원 1명이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조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3000만명이 넘는, 한국민 전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개인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 피해가 있을지 지금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쿠팡 생태계에 익숙한 국민은 숨을 죽여가면서 만일의 사태에 개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털렸다면 그 이후 어떤 해를 당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쿠팡은 국민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쿠팡의 총알 배송 시스템에서 탈퇴하는 것을 주저하는 게 쿠팡 이용자 대다수일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오버스케일링 과정에서 드러난 외적 현상이라고 하겠다. 진정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오버스케일링에 따른 내부 문제다. 회사가 급성장하면 필연적으로 매출이 대폭 늘게 되고 그에 따른 이익도 치솟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급성장 회사들이 점검해야 할 것은 기업 준칙을 잘 준수하는지 24시간 점검하는 일이다. IT 기술 기반의 시스템 점검도 중요하다. 하지만 회계의 경우 오너가 관심을 갖고 꾸준히 점검하지 않으면 구멍이 나기 마련이다. 통제가 남다른 은행에서도 간혹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쿠팡 등에서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회계 부정 등 기업 준칙 위반 사건이 돌출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절대 아니다. 오버스케일링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내부 통제에 오너와 임직원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회계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직원 대상 윤리교육의 상시화, 임원진의 도덕성 확보 등에 모두가 매달려야 한다.
쿠팡이나 네이버·카카오는 이미 국민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껏해야 수십명으로 출발한 기업은 이제 수천, 수만명이 근무하는 공룡기업으로 컸다. 젊은이들이 입사를 가장 희망하는 기업으로 자라났다. '취업 블랙홀'로 자리 잡고 있다. 성장 가능성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기업문화 등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발상의 전환, 과감한 투자, 신속한 대응 등도 돋보인다.
이런 찬사를 받을 때일수록 내부 통제는 더 강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 등 겉으로 드러나는 오버스케일링 부작용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사안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내부 통제가 무너져 글로벌 거대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쿠팡 등이 개인정보 유출이나 데이터 센터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사태를 딛고 일어서 국민 기업을 넘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수준의 강력한 준법·인사·재무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한다. 갑작스레 엄청난 돈이 들어왔다고 정신 줄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쿠팡처럼 대관(對官) 업무에 과도한 투자를 해서는 곤란하다. 로비로 뭔가를 해보려는 것은 동족방뇨(凍足放尿)일 뿐이다.
지난해 카카오 컨트롤타워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에 선임됐다가 해고된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전 이사장이 골프 회원권으로 골프를 치고 접대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그 이후 카카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경욱 논설심의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