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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맞서 경쟁하고 싶다” ‘5주년’ 리벨리온의 자신감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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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12. 16. 15:56

기업가치만 2조원…유니콘 기업 등극
일본·사우디·미국 등서 해외 법인 설립
한국 상장 준비중…미국 시장도 목표
[사진자료4]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16일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자사의 제품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리벨리온
"맞아죽더라도 엔비디아와 같은 사각링에 올라 대결하고 싶습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16일 경기 성남시 리벨리온 사옥에서 열린 설립 5주년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해온 엔비디아를 직접 언급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정면 승부에 나서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대규모 모델 학습(Training)보다는 실제 서비스에 쓰이는 추론(Inference) 연산에 초점을 맞춰 성장해왔다. 통신·공공·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실제 트래픽이 발생하는 서비스에 AI 반도체를 적용하며 개념검증(PoC)에 머무르지 않는 실사용 레퍼런스를 쌓아온 점이 특징이다.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 서비스 확산과 함께 전력 효율과 비용 구조가 중요한 추론 영역이 핵심 경쟁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구글이 자체 AI 반도체인 TPU(텐서처리장치)를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로 확장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내부 서비스용으로 개발된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 AI 칩이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용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리벨리온은 이 같은 비(非)엔비디아 흐름 속에서 경쟁 방식을 달리한다. 엔비디아가 학습과 추론을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 전략을 취하는 반면 리벨리온은 처음부터 추론에 최적화된 칩 설계에 집중해왔다. 리벨리온은 AI 서비스가 확대될수록 토큰당 비용과 전력 대비 처리량 등 효율 지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자료3] 리벨리온 미디어데이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마샬 초이 CBO(왼쪽부터), 박성현 대표, 신성규 CFO의 모습./리벨리온
이 과정에서 국내 AI 반도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현실적 한계도 언급됐다. 박 대표는 정부의 AI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 지원이 주로 대기업이나 기존 클라우드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짚으며 "추론 시장을 겨냥한 AI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AI 반도체 경쟁력은 결국 칩과 시스템에서 나온다"며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 정책과는 다른 트랙에서 기술 경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지난해 체결된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 효과도 적지 않다. 합병을 통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리벨리온은 자본 지원뿐 아니라 글로벌 신뢰도와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설명해야 할 부담을 SK하이닉스의 브랜드가 상당 부분 덜어준다"고 말했다.

투자 유치 이력 역시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리벨리온은 2022년 시리즈 A에서 KT로부터 920억원을 투자 받았고 2024년 시리즈 B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를 비롯해 싱가포르 파빌리온 캐피탈 등 해외 기업으로부터 1650억원을 유치했다. 올해 시리즈 C에서는 아시아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Arm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약 2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술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리벨리온은 2023년 1세대 NPU(신경처리장치) '아톰(ATOM)'을 양산해 대규모 AI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고 이후 고성능 추론용 칩 '리벨쿼드(REBEL-Quad)'를 선보이며 차세대 제품 경쟁력도 확보했다. 현재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리벨리온의 다음 단계는 상장이다. 회사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지정하고 기업공개 준비에 착수했다. 회사는 한국에서 먼저 상장을 한 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 상장도 계획 중이다.

박 대표는 "창업 후 숨 가쁘게 5년을 달려오면서 이제 한국 딥테크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걸 실감한다"며 "앞으로 리벨리온의 한 걸음 전진은 대한민국의 한 걸음 전진이라는 책임감으로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자료1]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
박성현 대표./리벨리온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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