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형식적 사과 뒤엔 동문서답…쿠팡이 국회를 대하는 자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7010009528

글자크기

닫기

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12. 17. 18:41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17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쿠팡 청문회는 이날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습니다. 장시간 이어진 청문회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남은 인상은 답답함이었습니다. 핵심을 겨냥한 질문은 여러 차례 반복됐지만, 답변은 끝내 책임의 본질에 닿지 못했습니다.

종일 이어진 청문회에서 쿠팡이 보여준 모습은 형식적인 사과와 반복되는 동문서답, 그리고 책임의 분산이었습니다. 337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중대 사안임에도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김범석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청문회장에 선 신임 대표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는 바 없다" "검토 중"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신임 대표이사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국민 여러분께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심려와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의 사과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김범석 의장과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답하며 선을 그었습니다.

로저스 대표는 "제 사과와 박대준 전 대표의 사과, 그리고 회사 차원의 사과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한국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서 모든 질문에 답변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정아 의원이 "김범석 의장의 사과는 없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동일했습니다. 사과의 형식은 있었지만, 책임의 중심에 있는 인물의 사과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답변은 종종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시작됐습니다. 황 의원이 "김범석 의장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세 차례 이상 반복 질문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매번 같은 전제를 깔며 질문을 받아들였고, 이후에는 원론적인 설명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내부 관리와 관련한 질의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6월부터 데이터 삭제 규정을 신설했느냐"는 질문에는 "해당 규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고, "임직원 로그 키 입력 주기가 변경됐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어떤 개념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둘러싼 핵심 쟁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사 결과와 함께 책임감 있는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해 범위에 따른 기준이나 보상 시점,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정환 의원은 전날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8-K 공시를 언급하며 "국회 청문회로 인한 투자자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어적 공시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SEC 규정상 공시 의무는 없었지만 제출한 것"이라며 "미국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에서 제기되는 문제 인식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입을 모아 "쿠팡의 안하무인과 무책임이 도를 넘고 있다", "박대준 전 대표를 퇴직시키고 로저스 대표를 전면에 세워 방패로 삼고 있다. 이것이 쿠팡이 국회를 대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회는 반복해서 책임을 물었지만, 쿠팡의 답변은 끝내 책임을 향하지 않았습니다. 질문과 답변은 종일 같은 지점에서 엇갈렸습니다. 그 간극이 바로 쿠팡이 국회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문경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