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소득‘의 힘…자립 1.1%p 높이고 벌이 2.8%p 늘었다

'디딤돌소득' 3년 성과…필수재 소비·영양 상태도 높아져
기초생활보장→디딤돌소득 전환 후 수급 중단 염려 없어

/아시아투데이 디자인팀

오세훈표 소득보장 정책실험 '서울디딤돌소득'이 올해 3년차를 맞은 가운데, 지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가구 비율(탈수급률)과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 비율이 지난해보다 모두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의료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늘고 영양상태 또한 1.3% 올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대비 근로유인 촉진 효과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3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디딤돌소득 3년 종합 성과를 발표하고, 경제·복지 관련 분야의 국내외 석학들과 함께 정책 평가와 향후 소득보장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전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구조다.

성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년차 대비 3년차의 수급가구 탈수급률은 1.1%포인트, 수급가구 중 근로소득 증가 가구는 2.8%포인트 상승했다. 필수재 소비 지출이 늘고 영양 상태도 1.3% 개선됐다. 다만 수급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근로 여부)은 10.4%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교육·훈련·돌봄·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고령화와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정의 책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나눠주는 기본소득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포기한 무차별적인 복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존을 키우는 복지가 아니라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복지"라며 "어려운 이웃에게는 더 두텁게 지원하되 성장을 돕는 미래지향적 소득보장 모델이 바로 디딤돌소득이다. 디딤돌소득은 미래 세대의 빚이 아니라 희망을 물려주는 책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포용적 제도,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한국은 단순한 복지나 사회보험의 확장을 넘어 자산 배분과 사회적 이동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며 "디딤돌소득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특별대담에서는 로빈슨 교수와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 오 시장이 함께 '인공지능(AI) 고도화 시대,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오 시장은 "제가 이 자리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 사회가 과연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준비를 충실하게 하고 있는가'다"라며 "특히 국가적인 차원의 복지제도를 지자체가 패러다임을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변혁이 절실하다"며 "과연 그런 관점에서의 준비가 충실한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서울시가 혹시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를 논의해 보는 그런 기회가 오늘 포럼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