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방추위가 방패막이? KDDX 잡음 ‘책임론’ 피할 수 없는 방사청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26010013662

글자크기

닫기

지환혁 기자

승인 : 2025. 12. 25. 17:27

"방추위가 '지명경쟁' 결정" 밝혔지만
실제 계약·비용집행 주체는 '방사청'
전력화 지연 책임 소재 선긋기 시각
방산업계 "문제 발생땐 논란 커질듯"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설명하는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추진방안 결정 내용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 추진방식을 지명경쟁으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법과 원칙에 따른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의 만장일치 의결"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의 판단 주체가 방추위라는 점을 분명히 한 이 청장의 발언은 향후 전력화 지연이나 비용 증가 등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논란에 선을 긋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그러나 정부조직법과 행정소송법이 규정한 책임 구조를 보면 방추위는 심의·의결 기구일 뿐 실제 계약과 일정, 비용을 집행·관리하는 기관은 방사청이다. 법원과 감사기관이 바라보는 '실질적 책임자'는 위원회가 아니라 집행기관이라는 점에서, 이 청장의 이른바 '방추위 방패' 전략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청장은 지난 2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KDDX 사업 추진방안은 방추위가 법과 원칙에 따라 심의·의결한 사안"이라며 "방사청은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집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명경쟁 입찰 방식 역시 방추위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청장은 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적법성'을 제시하며, 각 추진방안별 법적 쟁점과 위험요인을 비교·검토한 결과 현행 법 체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 지명경쟁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판단 주체를 방추위로 돌린 셈이다.

그러나 행정법 기본 원칙에 따르면 KDDX 사업이 향후 전력화 일정 지연이나 비용 증가 등 문제에 직면할 경우 방사청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추위는 방위사업법에 따라 방위사업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정·비용·위험을 관리하지도 않는다. 사업 집행은 전적으로 방사청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정부조직법과 행정소송법이 정한 '행정청의 처분 책임 원칙' 역시 합의제 기구의 의결은 행정행위의 전제가 될 뿐,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집행기관에 귀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KDDX 사업은 총사업비 약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500t급 이지스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2011년 소요 제기 이후 방사청은 줄곧 사업의 집행기관으로서 사업 전반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군사기밀 유출 혐의가 제기된 업체가 기본설계를 수주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관행을 이유로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더해지며 공정성 시비가 증폭됐다. 이후 보안 감점 적용과 연장 여부를 둘러싼 방사청의 오락가락 행보는 외압과 정치적 고려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했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추위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장치일 뿐, 사업 성패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 지지는 않는다"며 "KDDX에서 일정 지연이나 비용 증가가 현실화될 경우, 사업 전반에 대한 방사청의 판단과 관리 능력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지명경쟁을 발표하면서 늦어진 사업 일정만큼 KDDX 전력화 일정을 연장했다. 방사청은 2031년 KDDX 선도함을 해군에 인도하고 후속 2~6번함은 복수 입찰·동시 발주 방식으로 신속히 건조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산업계는 현실성 있는 일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명경쟁 방식 확정 이후 계약 체결 과정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선도함에서 설계 변경이나 성능 보완이 발생할 경우 이미 착수한 후속함 공정 전체가 중단·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환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