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판에 청문회 하루 전 발표
시민단체 "매출 늘리기 꼼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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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이후 한 달 가까이 침묵을 이어오던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늦장 사과문'과 보상안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쿠팡이 오는 30~31일 열리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여론과 정치권 압박에 밀려 '수습성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개 계정을 대상으로 내년 1월 15일부터 순차적으로 고객 1인당 5만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총 보상 규모만 1조6850억원이다. 그러나 보상은 현금이 아닌 구매이용권 형태로 제공된다. 특히 전체 보상액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4만원이 상대적으로 이용 빈도가 낮은 '쿠팡트래블(2만원)'과 명품 플랫폼 '알럭스(2만원)'에 배정됐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은 쿠팡 전 상품과 쿠팡이츠는 각 5000원의 구매 이용권으로 보상한다.
5만원 전액을 하나의 플랫폼이나 상품군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이용처가 분산돼 있어 실제 체감 보상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의 경우 일부 이용권은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나온다. 특히 탈퇴 고객도 보상 대상에 포함됐지만, 동일하게 이용권의 보상안이 적용되면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쿠팡 재가입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상안 발표 시점도 문제다. 국회 연석 청문회를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쿠팡은 대통령실이 쿠팡 대책 관련 장관 회의 개최를 예고하자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경찰 측은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며 쿠팡과 사실관계를 둘러싼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소비자와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이 정점에 이르자 급히 꺼내 든 방어 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장기적인 신뢰 회복 전략이라기보다 당장의 비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단기 대응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 의장을 비롯한 강한승 전 쿠팡 대표와 김범석 의장의 동생 김유석 쿠팡 부사장의 청문회 불출석 통보가 의혹을 더 부추기고 있다.
이날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한달 요금의 절반을 면제한 SK텔레콤의 보상안보다 후퇴한 안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쿠팡 매출을 더 높이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청문회 국면에서 책임론 확산을 최소화하고 부정적인 여론 확산을 차단하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례적으로 선제적 보상금 지급을 제시함으로써 배상 분쟁이나 집단 소송, 정부의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불리한 평가를 줄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한편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쿠팡은 가슴 깊숙이 '고객 중심주의'를 실천, 책임을 끝까지 다해 고객이 신뢰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