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한국 정부 ‘사관학교 통합’ 추진… 미국은 전혀 다른 길을 간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19010008877

글자크기

닫기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1. 19. 13:50

- 미국식 모델의 핵심, “통합은 문민통제의 결과이지, 수단이 아니다.”
- 한국, 문민통제 불완전한 상태에서 삼군 통합......합동성 강화가 아니라 군 엘리트의 결속을 키울 위험 높아....
0119 해군사관학교 80주년_19451111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 80기 생도들이 해상에서 해군 창설 80주년을 맞이하여 80 숫자를 만들어 기념하고 있다. 2025.11.11 사진=해군사관학교 페이스북 캡쳐
이재명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삼군 사관학교 통합을 '육·해·공군 삼군의 합동성'을 위한 국방개혁 카드로 검토하며 논의중인 가운데, 비교 대상인 미국의 선택은 전혀 다르다. 미국은 사관학교를 통합하지 않는다. 대신 합동성을 인사와 진급으로 강제한다. 미국은 육·해·공군의 정체성과 전통을 유지한 채 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한다.

육군 장교는 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USMA·웨스트포인트)에서 길러진다. 지상전과 대규모 지상작전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육군 교리가 교육의 뼈대다. 해군과 해병대 장교는 United States Naval Academy(USNA·아나폴리스)에서 함께 양성된다. 해양 통제, 원정작전, 상륙전 등 해군 중심의 작전 문화가 뿌리다. 공군 장교는 United States Air Force Academy(USAFA) 출신이다. 공중전은 물론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포괄하는 공군 특유의 전장 인식이 교육 전반에 스며 있다.

미국은 사관학교 단계에서부터 각 군의 전통과 전문성, 작전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 대신 미국은 '학교 통합'이 아니라, 인사와 진급을 통해 합동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길을 택했다. 즉, 미국은 합동근무(Joint Duty)를 진급의 필수 조건으로 묶었다.

합동보직을 거치지 않으면 장성 진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합동참모대학(JPME) 이수 여부도 승진의 관문이다.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합동을 강제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의 논의는 출발점이 다르다. 군 내부 학연·기수 구조와 군종 간 불균형을 문제로 삼아, 교육기관 통합으로 구조를 바꾸려는 접근이다. 합동성을 '운용과 인사'가 아닌 '학교 통합'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미국식 모델의 핵심은 분명하다. "통합은 문민통제의 결과이지, 수단이 아니다." 문민의 인사·진급 통제가 확립된 상태에서만 합동군이 작동한다는 판단이다. 사관학교를 합치지 않아도 합동군은 만들 수 있다.
미국 군사 엘리트 사회에는 명확한 합의가 있다. "전통과 전문성을 훼손한 합동은 합동이 아니라 평균화다." 미국은 군별 정체성은 보존하고 정치와 군을 철저히 분리한 상태에서 인사·진급으로 합동을 강제한다. 즉, 문민통제가 먼저, 통합은 나중이라는 철학이다.

그러나 문민통제가 불완전한 상태에서의 통합은, 합동성 강화가 아니라 군 엘리트의 결속을 키울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다른 길을 가려면 최소한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관학교를 합치지 않고도 합동을 강제할 인사·진급 제도가 준비돼 있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면, 사관학교 통합은 합동성 강화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 구조 재편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