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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구룡마을에 남은 질문…“갈 데 없다”는 주민과 “길은 있다”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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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1. 25. 19:06

주민들 "SH 이주안 돌려막기일 뿐"
"재정착 아닌 삶의 단절, 삶의 터전 못 떠나"
임시 거주지 내달 5일까지 연장
서울시, 장기적 이주 계획 준비 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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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화재로 소실된 판자촌 내부. /김태훈 기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 아니냐고."

25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이재민 오모씨(65)는 정부가 내놓은 이주 방안을 성토했다. 그는 "(이번 구룡마을 화재 이후에도) 이재민을 상대로 예전부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내밀던 이주안을 그대로 돌려막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이유로 개발이 다시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구룡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우릴 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반복된다.

지난 16일 오전 5시 5분께 구룡마을 6지구에서 시작된 불은 인접한 4지구까지 번지며 주택 수십 채를 태웠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SH에 따르면 120세대가 불탔고 180여 명이 이재민이 됐다. 이들은 현재 정부가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당초 임시 거주 기간은 이달 26일까지였지만 한파가 이어지면서 내달 5일까지로 연장됐다.

오씨가 말한 '이주안'은 구룡마을 개발 사업에 따라 주민들이 사업지 밖의 임대주택으로 옮겼다가 공사가 끝나면 다시 새 아파트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SH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보증금 면제와 임대료 감면을 제시하며 수차례 이주를 권고해 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과정을 '재정착'이 아니라 '삶의 단절'로 받아들인다. 수십 년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 낯선 곳으로 옮겨야 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이 높은 구룡마을의 특성상 이주는 단순한 주거 이동이 아니라 생존 방식 전체가 바뀌는 문제라는 게 주민들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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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천막. 임시 대피소로 활용되고 있다. /김태훈 기자
구룡마을 4·6지구 사이 불에 탄 잿더미 위에 파란 천막이 세워졌다. 집이 전소된 주민들이 만든 임시 대피소다. 이곳에서는 열댓 명의 주민이 깨진 연탄으로 불을 피우고 까맣게 그을린 주전자에 물을 데워 꽁꽁 언 손을 녹이고 있었다.

백수현씨(66)는 "등 기댈 곳이 있어야지, 사람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는 현재 임시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백씨는 "정부가 지정한 식당에서 하루 한 끼 9000원의 식대가 지원되지만 실제 메뉴 가격은 1만원에서 1만3000원 수준"이라며 "차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물가 생각 안 하냐. 집이 다 타서 돈이 한 푼도 없는 사람은 밥도 먹지 말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지금 입고 있는 옷조차 지인이 건넨 것이다. 그는 "일주일째 옷 한 번 갈아입지 못했다"며 "의식주 보장 대책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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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구룡마을로 돌아가는 주민. /김태훈 기자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돌려막기'라는 표현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이달 26일까지였던 임시 숙소 거주 기간을 내달 5일까지 연장했고,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추가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당장 내몰겠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수습하면서 장기적인 이주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룡마을 주민 70%가량은 이미 임시 이주를 마쳤고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도 동일한 이주 경로가 마련돼 있다"며 "사업지 이주용 임대주택은 보증금이 면제되고 임대료도 감면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이재민에게는 최대 6개월간 거주할 수 있는 '이재민 긴급 주택' 선택지가 있다"고 안내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안전한 주거 환경으로 옮긴 뒤 개발이 완료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계속 남아 있으면 화재 같은 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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