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980년대 잠수함 도입 추진
운용 경험 전무… 獨이 '기술이식'
대우조선, OJT 거쳐 장보고함 완성
이천함 국내 건조… 창정비 추진도
한화 인수 후 '차세대 전력' 구체화
현대중공업, 2007년 사업 본격진출
수의 벽 넘고 '손일원함' 인도 성공
HDW 등 독자설계 확보, 품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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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계가 '잠수함'으로 뜨겁다. 사업 규모만 약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을 놓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정부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까지 가세하며 사실상 '국가 프로젝트'에 가까운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이번 수주는 단순한 해외 방산 계약이 아니다. 독일과 정면 승부다. 1980년대 잠수함 불모지였던 한국은 독일에 기술 이전의 문을 두드렸다. 그로부터 40년 뒤, 이제는 독자 설계 잠수함을 건조하고 해외로 수출하며 차세대 무인 잠수체계까지 논하는 국가가 됐다. 글로벌 조선 1위를 넘어 방산에서도 '톱 티어'를 노리는 두 조선사의 한국형 잠수함 40년의 궤적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한국 잠수함 역사는 외국 기술을 국내로 '이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1980년대 정부가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잠수함 도입을 추진했을 당시, 국내에는 잠수함을 건조하거나 운용한 경험이 전무했다. 정부는 198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U보트를 만든 독일의 1200톤급 잠수함 9척 도입을 결정했고, 국내 건조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건조 주체로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이 선정됐다.
◇대우조선해양, 불모지서 시작한 한국형 잠수함의 출발점
독일 측은 국내 조선 기술을 신뢰하지 않았고, 전체 물량 가운데 3척만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당시 대우조선해양과 정부는 독일 조선소에서 1척만 현장 교육(OJT)을 거쳐 건조하고, 나머지는 우리나라에서 건조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조선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
독일로 파견된 인력들은 소극적인 기술 이전 환경 속에서도 현장에서 작업을 익히고, 밤에는 도면을 다시 그리며 기술을 몸으로 축적했다. 이렇게 완성된 1200톤급 장보고함은 1993년 실전 배치되며 한국을 잠수함 보유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뒤를 이은 이천함은 국내에서 건조된 국산 1호 잠수함이다. 이천함은 1999년 환태평양 군사훈련(림팩)에 참가해 1만2000톤급 미국 퇴역 순양함 오클라호마시티호를 중어뢰 한 발로 격침시켰다. 당시 미군 기관지 '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스'는 "원 샷! 원 히트! 원 싱크!"라고 보도하며 이천함의 성능을 극찬했다. 이 문구는 지금도 해군 잠수함사령부의 전투구호로 사용된다.
200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이 '창정비' 사업에 도전한 것이다. 잠수함을 절단해 내부 장비와 배선을 전면 교체하는 창정비는 신조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최초 기록을 세웠고, 독일 원제작사와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창정비를 통해 신뢰를 쌓은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은 2011년 잠수함 수출 계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잠수함 기술 도입국 가운데 세계 최초로 수출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됐다.
2020년대 들어 대우조선해양은 3000톤급 장보고-Ⅲ 사업을 수행하며 독자 설계 역량을 확보했다. 선체 설계와 추진체계, 전투체계 통합 경험이 축적되며 국산화율은 80%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유·무인 복합 체계로 시야가 확장되고 있다. 2023년 한화그룹으로 인수된 후에도 잠수함을 축으로 한 연구개발은 이어지고 있으며, 무인잠수정과 무인수상정 등 차세대 해양 전력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2000년대 수의계약 벽 넘고 잠수함 사업 진출
현대중공업(현재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00년에서야 잠수함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1975년 국방부로부터 잠수함 개발 지시를 받고 준비를 시작했으나, 그로부터 26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출발이 늦은 건 정부가 잠수함 사업에서만큼은 수의계약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잠수함 1개 업체(대우조선해양)로 충분하며, 국가 투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가격 안정과 기술 경쟁력 발전을 위해 경쟁입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2000년 정부는 잠수함 건조 사업 공개입찰에서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고, 그렇게 2007년 '손원일함'을 인도하는 데 성공했다. 독일 회사 HDW가 설계를 맡고 현대중공업이 건조하는 방식이었다.
김정환 전 현대중공업 사장은 그룹 역사를 책으로 펼쳐낸 '현대중공업 그룹 50년사'에서 "잠수함은 LNG선이나 크루즈선과 더불어 가장 건조 하기 어려운 함선으로 꼽혔으며 세계적인 조선소로 인정받으려면 잠수함을 꼭 건조해야 했다"면서 "특히 '잠수함사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정주영 창업자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우리는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수주해야만 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첫 수주를 소화하며 25년 잠수함 사업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 각 분야별 설계 소요기술을 251개로 분류해 HDW의 설계 기술을 습득하는 등 체계적으로 독자 설계능력을 확보했다.
또 생산 면에서는 약70%는 현대중공업의 건조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건조하고, 나머지 30%는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내 연구소와의 협력 끝에 건조 기술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은 지금까지 총 9척의 잠수함을 건조하며 잠수함 분야 납기와 품질 등 측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