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중국 가계, 부동산·주식 대신 금 선택...'아줌마'부터 Z세대까지 가세"
워시 연준 의장 지명 후 달러 강세… 금·은 수십년 만의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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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번 사태의 배후로 중국 내의 '무질서한 거래'를 지목했다. 반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갈 곳을 잃은 중국 가계 자금이 금 시장으로 대거 유입된 것이 최근 가격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같은 현상을 두고 '투기'와 '안전자산 선호'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 금, '글로벌 수요 3분의 1' 집어삼킨 중국... 10년 새 투자 2배 급증
WSJ가 이날 제시한 연간 금 투자 데이터와 추이 그래프를 보면 중국의 존재감은 수치로 명확히 확인된다. 세계금협회와 메탈스포커스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간 금괴·동전 투자 추이에 따르면, 중국은 글로벌 금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2025년 한해 동안 432메트릭톤(mt)의 금괴와 동전을 사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28% 급증한 수치이며 지난해 전 세계 전체 구매량의 거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2015년 약 200mt 수준이었던 중국의 투자가 10년 사이 두배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금 시장의 핵심 동력이자 변동성을 키우는 변수가 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투자 수요는 2021년 이후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며 2025년에 정점을 찍었다.
2025년 전 세계 금괴·동전 총투자 규모도 약 1400mt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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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의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 출연해 지난주 금 시장에서 발생한 거친 변동성의 배경에 중국 트레이더들이 있다고 지목했다.
베선트 장관은 금의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 내 상황이 다소 무질서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내에서 마진 요건(margin requirements·예치 최소 증거금 요건)이 강화되고 있다며 최근의 금 가격 움직임을 '전형적인 투기적 정점(blowoff)'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귀금속 급변동이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우려, 투기적 매수에 중국 내 레버리지 거래가 더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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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WSJ는 중국 가계의 구조적 자산 이동에 주목, 최근 금·은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 중국의 숙련된 중년 여성 투자자인 '아줌마(auntie)' 투자자들로 상징되는 가계와 개인 투자자층을 지목하면서 Z세대까지 금에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 가계가 침체된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시장, 낮은 은행 금리로 인해 금을 안전자산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北京)의 고등학교 교사 로즈 티안(43)은 WSJ 인터뷰에서 "글로벌 불안정과 경제가 걱정돼 금을 산다"며 "금은 훌륭한 안전자산이라고 믿기 때문에 여전히 낙관적(bullish)"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금과 은 가격이 국제 기준 대비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고, 금 상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거래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WSJ는 이 흐름이 단기 투기라기보다 중국 가계의 구조적 선택이자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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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기적 흐름과 실물 수요의 혼재 속에서 미국 정책 변화가 시장의 급반전을 불러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이사회 의장으로 지명하자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이는 같은 날 금과 은 가격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베선트 장관은 워시 지명자에 대해 "매우 독립적이겠지만, 연준이 미국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움직임과 관련,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데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신중한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 中 "부추처럼 잘려 나갔다"자조 속에서도... 실물 금 '저가 매수'는 지속
현재 중국 내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은 투기 심리와 여전한 실물 수요가 공존하고 있다.
금을 고점에서 매수했다가 손실을 본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부추처럼 잘려 나갔다"고 토로했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 은행들은 고객이 금을 사기 위해 빌릴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며 마진 요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가격 조정 이후에도 실물 금 매입 수요는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귀금속 시장 관계자는 가격 하락 이후 금괴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고객들 사이에서는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지배적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글로벌 금 시장의 향방은 중국 트레이더의 레버리지와 중국 가계의 불안 심리라는 두 축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처럼 미국 당국은 중국발 투기적 변동성을 경계하고 있으나, 중국 가계의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되는 한 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