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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명작 ‘에케 호모’…이탈리아가 217억원을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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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6. 02. 11. 10:57

예수의 고난과 성 예로니모의 참회를 담은 양면 회화
화면 캡처 2026-02-11 095454
이탈리아 정부가 매입한 '에케 호모' /로이터 연합
이탈리아 정부가 뉴욕 경매 출품을 앞두고 있던 15세기 르네상스 거장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회화 작품을 전격 매입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작품 '에케 호모(Ecce Homo)'를 1490만 달러(약 217억원)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작품을 "르네상스 예술사의 독보적인 걸작"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매입은 이탈리아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성과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당초 미국 뉴욕에서 열릴 소더비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었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경매에 앞서 선제적으로 매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 낙찰가는 1000만~1500만 달러 사이였다.

에케 호모는 신약성서에서 로마 총독 빌라도가 가시관을 쓴 예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로다"라고 말한 장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예수의 고난과 희생을 상징한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는 이 장면을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 초상으로 그려, 관람자가 고통의 현장과 직접 마주하도록 구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양면 패널로 구성돼 한쪽에는 가시관을 쓴 예수 그리스도의 초상이, 다른 쪽에는 황량한 바위산을 배경으로 참회하는 성 예로니모의 모습이 담겨 있다.

성 예로니모는 히브리어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학자로,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에서는 지성과 금욕, 참회의 상징적 인물로 자주 등장한다. 그림에는 그가 돌을 쥔 모습과 깊은 사색의 표정이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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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가 매입한 '에케 호모' /UPI 연합
안토넬로 다 메시나는 이탈리아 화가 가운데서도 북유럽 유화 기법을 이탈리아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그는 전통적인 템페라 기법 대신 오일 페인팅을 적극 활용해 인물의 피부 질감과 빛의 깊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으며, 이후 베네치아 화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수태고지의 성모', '성 제롬의 서재' 등이 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작품은 약 40점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이탈리아 정부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시나는 총 4점의 에케 호모 판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점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다른 두 점은 이탈리아 제노바의 스피놀라 궁전과 피아첸차의 알베로니 대학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이번에 매입한 네 번째 판본은 20세기 초 스페인의 개인 소장품으로 처음 기록에 등장했으며, 이후 뉴욕의 한 갤러리가 사들인 바 있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이희귀작품을 어디에 전시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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