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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공습에 이란 핵·에너지·민간기반시설 동시 타격…미, 우라늄 확보용 지상작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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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09. 06:59

테헤란 석유시설 폭발로 유독 가스·산성비
바레인 담수화 시설 등 중동 식수원 위험
행방 묘연한 이란 고농축 우라늄 확보에 미, 특수부대·지상군 투입 가능성
180명 사망 학교 참사 놓고 트럼프 "이란 소행"
IRAN-US-ISRAEL-CONFLICT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이란 테헤란의 한 석유 저장소가 불타는 모습으로 7일(현지시간)과 8일 소셜미디어(SNS)에 게재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AFP·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으로 이란의 핵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 민간 생활 공간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란 이스파한의 핵 관련 시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지만,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은 보고되지 않았다. 반면 테헤란에서는 주요 석유 저장시설 폭발로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 산성비 우려가 커지며 환경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기반시설 공격을 전쟁범죄와 화학전이라고 규탄했지만, 미국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확보를 위해 특수부대 또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IRAN-CRISIS/TEHRAN-OIL REFINERY
미군과 이스라엘군이 8일(현지시간) 공습한 이란 테헤란의 아크다시에 석유 저장소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소셜미디어(SNS) 동영상 캡처·로이터·연합
◇ 핵·에너지 인프라 동시 타격 휩싸인 이란…테헤란엔 '기름비' 공포

8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ISNA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립핵안전센터는 전날 미사일 등을 동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스파한 지역에 있는 핵 관련 감마선 조사 살균 시설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주변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도 테헤란의 상황은 심각하다. 주요 석유 저장시설과 연료 저장고가 집중 공습을 받아 대규모 화재와 함께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IRNA와 테헤란시 당국에 따르면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 보급기지인 샤흐런 석유 저장소와 남부 정유단지 레이 지역의 연료 저장고, 서쪽 외곽 카라지 등의 저장시설이 연달아 타격을 받았다. 테헤란시 당국은 석유 탱크 폭발로 유독한 탄화수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화합물이 대기와 구름에 퍼지고 있다며 비가 내릴 경우 산성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 적신월사가 독성 오염을 우려해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테헤란이 짙은 검은 연기와 산성비 구름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연료 저장시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검고 기름진 연기가 테헤란 상공을 덮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정부 당국은 전체 연료 공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일시적 부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IRAN-CRISIS/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7일 저녁(현지시간) 공습한 이란 테헤란 샤흐런 석유 저장소에서 8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로이터·연합
◇ 짙어지는 유독 가스에 이란 "전쟁범죄"...美 중부사령부 '이란 군사시설 인근 민간인 대피령'

연일 계속되는 폭격에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며 대응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석유 저장고 공격으로 테헤란에 검은 비와 산성비 우려가 커진 것을 두고 "침략자들이 연료 저장소를 공격해 대기에 독성 물질을 방출했다"며 "이는 이란 민간인에 대해 고의적으로 화학전을 벌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격이 "전쟁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탄했다.

인프라 파괴는 민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테헤란주는 연료 공급 부족에 대응해 1회 주유 한도를 20ℓ로 제한했다. 모하마드 사데그 모타마디안 테헤란주 지사는 주유량 제한이 2∼3일 정도 임시로 적용될 것이라며 상황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이란 내 민간인에 대한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정권이 데즈풀·이스파한·시라즈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공격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며 이처럼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는 장소들은 보호 지위를 상실하게 되며 군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민간인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하면서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시설 내부 또는 인근에서는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부사령부는 성명에서 "이란 정권과 달리 미군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paselect IRAN ISRAEL USA CONFLICT
이란 적신월사 소속의 베일을 쓴 한 여성이 8일(현지시간) 전날 저녁 미국과 이스라엘 군이 공습한 이란 테헤란 샤흐런 석유저장소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EPA·연합
◇ 물·에너지 연쇄 파괴…'식수난' 덮친 걸프 지역 위기 고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전쟁이 에너지 시설을 넘어 식수 인프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바레인 담수화 시설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란은 미국이 먼저 자국 담수화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중동은 약 5000개의 담수화 시설이 가동되고 있으며 전 세계 담수화 능력의 40% 이상이 집중된 지역이다. WSJ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물 수요의 약 90%, 바레인은 거의 100%, 이스라엘 역시 식수 상당 부분을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WSJ는 두바이 공항과 사우디 아람코 유전 등 걸프 지역 핵심 경제 인프라도 공격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학교 참사
2월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호르무즈간주 미나브의 샤자레 타예베 초등학교./AFP·연합
◇ 180명 사망 민간학교 참사…트럼프 "정확성 떨어지는 이란 소행"

공습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사상자도 늘어나는 가운데 학교 폭격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란 남동부 미나브(Minab) 지역의 여자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약 180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내가 본 바로는, 그건 이란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약이 "매우 부정확하다"며 "그들은 정확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해당 공격이 조사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는 쪽은 이란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은 군사 시설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보고된 민간인 피해에 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해당 학교가 미군이 인근 해군기지를 폭격하던 시점에 피격됐으며 이 사건이 유엔과 여러 인권단체의 규탄을 불러왔다고 전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2004년 11월 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대에서 이란 이슬람 혁명 창시자 고(故)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사진 앞에서 금요 기도 설교를 하고 있다./AP·연합
◇ 최고지도자 공백 틈탄 이란 혁명수비대…'국가 안의 국가'로 전시 권력 장악

이란 내부 권력 구도와 관련해 FT는 지난달 28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혁명수비대(IRGC)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이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아야톨라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으로 구성된 3인 지도위원회가 과도기를 이끌고 있다.

다만 실제 전쟁 수행과 주요 결정은 혁명수비대와 군이 주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혁명수비대가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혁명수비대가 방대한 정보 조직과 광범위한 경제 네트워크, 수십만 명의 병력을 보유한 '국가 안의 국가'에 가까운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FT는 전쟁 이후에도 정권이 유지될 경우 혁명수비대가 이번 전쟁을 '세계 유일 초강대국(미국)'과 '중동 최강 전쟁기계(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상징적 승리로 해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핵시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막사테크놀로지가 미군의 공습 다음날인 2025년 6월 22일(현지시간) 이란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찍은 위성 사진으로 미국 공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투하한 벙커버스터 GBU-57이 관통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개의 구덩이가 보인다./EPA·연합
◇ IAEA 감시망 벗어난 이란 핵물질…은닉된 우라늄 추적 '비상'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이란의 핵물질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후반 단계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한 특수작전을 논의해 왔다고 보도했다.

핵심 목표는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 우라늄 450㎏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준무기급 우라늄은 몇 주 안에 무기급인 90% 수준으로 농축될 수 있으며 핵폭탄 약 10기를 만들 수 있는 분량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 8000㎏ 이상도 보유하고 있으며 농축 능력이 복구될 경우 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관의 현장 확인이 9개월째 중단된 상태여서 우라늄 위치 추적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고농축 우라늄이 스쿠버다이빙용 대형 탱크 크기인 약 91㎝ 높이의 실린더 16개에 나뉘어 저장될 수 있으며 각 실린더 무게는 약 25㎏으로 차량이나 사람이 운반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악시오스·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 고농축 우라늄의 대부분은 지난해 6월 공습을 받은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에 남아 있고, 일부는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 분산된 것으로 평가된다.

◇ 트럼프 "어느 시점엔 지상군 투입"…미·이스라엘, 우라늄 확보 특수작전 만지작

핵무기 개발 능력을 원천 차단하려는 미국은 극단적인 군사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핵 물질 확보를 위해 군대가 투입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느 시점에는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상군 투입에는 "아주 좋은 이유"가 필요하며 이란이 지상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어야 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확보를 위해 특수부대 투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우라늄 위치가 확인될 경우 이를 해외로 반출하거나 현장에서 농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1979년 미국이 이란 내륙 침투를 가정해 구상했던 군사 작전 '허니 배저(Honey Badger)'를 언급하며 지하에 매설된 핵물질을 제거하려면 굴착 장비와 중장비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우라늄 확보를 위한 지상군 투입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고위 관리는 현재 미국의 이란 전쟁 대응 계획에 특수부대 투입 작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이 지상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이란에 핵물질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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