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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정 노조법, 상생과 성장을 위한 대화의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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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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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랫동안 일본법사를 연구해 온 법사학자인 미즈바야시 타케시(水林 彪) 교수는 2025년 발표한 논문, '노동판례·노동운동·자본주의 경제의 일본적 구조: 기저로서의 일본형 구체제적 법의식'에서 G7 국가 중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는 지속적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일본은 임금이 정체된 국가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노동쟁의의 퇴조와 장기적인 경제 침체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1970년대 중반 일본 최고재판소가 노동운동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취지의 판결들을 내리면서 시작된 노동운동의 퇴조가 오늘날 일본 경제 쇠퇴의 기원이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에 따르면 노동쟁의가 강력하게 전개되는 곳에서는 기업 경영자가 임금 인상의 압박을 받아 임금 인상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통한 신상품 개발로 나아갈 수밖에 없지만, 노동쟁의가 존재하지 않는 곳의 경영자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설비투자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노동분배율을 낮춤으로써 종전과 같은 이윤을 확보하면 된다는 안이한 선택을 하기 쉽다고 한다.

또한, 강한 국민은 집권자에게는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국가를 강하고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인 것처럼 강한 노동자는 경영자에게는 성가신 존재일 수 있지만 경영자로 하여금 설비투자와 인재 육성을 하도록 자극해 개별 기업의 경영과 한 나라의 경제를 강력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역설했다. 결국 노동조합 운동은 헌법에서 규정하는 인권인 동시에 풍요로운 경제사회 건설이라는 공공복리에도 기여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쟁의가 급증해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법사학 전공자인 노교수가 일본 역사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내린 위와 같은 결론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보여준다.

개정 노조법에서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해,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원청사업주와 하청노동조합간의 직접 교섭이 가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시된 것이다. 또한, 노동조합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던 기존 규정을 삭제해, 특수고용노동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의 단결권 보장이 보다 용이해졌다. 아울러 노동쟁의의 개념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 등을 추가하고, 노조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인정 시 배상액 감면 청구, 손해배상책임 면제의 근거 등을 신설해 보다 자유롭고 폭넓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이러한 노조법 개정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노동유연화와 상시적 구조조정, 근로관계의 다면화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노동현장의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2024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 2만7703원에 비해 비정규직은 1만8404원(파견근로자 1만7047원, 용역근로자 1만5209원)으로 큰 격차를 보인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사실상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원청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하지 못해 열악한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이 파탄에 이르는 상황에 대해 개정 노조법은 노사 간 대화와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법 개정에 대한 노사 간 이견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 시행 초기에는 법 해석에 대한 논란이 증가할 수 있어 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개정법 관련 해석 지침을 발표했고 원·하청 교섭이 이루어지는 현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모범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불안과 낮은 근로조건으로 대표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을 위협한다고 했던 필라델피아 선언은 어느 시대에나 유효하다. 개정 노조법은 상생과 성장을 위해 노사 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노사정을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으로 노조법이 진정한 대화의 법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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