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디지털자산 시장, 정부의 때늦은 각성과 엉뚱한 규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12010003622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3. 12. 17:48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우리나라는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을 통한 자금세탁방지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한 이용자 보호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을 규율하고 있다. 이 외에 2010년대 디지털자산 산업의 태동 이후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기본법'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정부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이달 내로 발표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은 디지털자산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제도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법안 제정과 행정명령을 통해 디지털 금융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유럽은 MiCA(가상자산법)를 통해 글로벌 표준을 선점했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다소 빈약하거나 모호했다.

다만 작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었으며 여야 모두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함으로써 제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런데 돌연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대주주 지분을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 수준인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의의 방향에 변화가 생겼다.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 시장은 거세게 반발했고, 당정은 태도를 다소 완화하여 지분 상한을 20%, 3년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주요국들이 전략적 산업 육성에 매몰차게 정진하는 시점에, 본질적인 운영 효율성보다 '소유지분 제한'이라는 변수가 부각된 점은 우려스럽다. 대주주 지분 규제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규제로서 글로벌 규제 정합성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리스크 감수로 성장한 비즈니스의 소유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한다는 점에서 사유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논란을 야기한다. 헌법상 보호되는 재산권에 대해 국가가 사후적으로 처분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및 소급입법 금지 원칙 위배라는 본질적인 위헌 소지를 안고 있다.

또한 인위적인 지분 규제는 벤처·스타트업계의 역동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척박한 환경에서 산업을 일궈온 창업자의 지배력을 사후적으로 제한하는 선례는 유사 규제가 이후 언제라도 타 산업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어 국내 창업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들이 안정적인 제도적 환경을 찾아 해외로 거점을 옮기는 '플립(Flip) 현상'을 가속화할 우려가 크다. 이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IT·벤처 스타트업계까지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인위적인 지분 규제가 국내 기업의 발을 묶는 사이,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을 잠식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국경 없는 디지털자산의 특성상,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이 저하되면 이용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미 2025년 기준 국내 이용자들이 해외 주요 거래소에 지급한 수수료는 약 4.8조원으로, 이는 국내 5대 거래소 전체 매출액(1.8조원)의 2.7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미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클라우드, OTT, 스트리밍 등 초기 선점 효과가 중요한 IT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사례가 있다. 예컨대 AI(ChatGPT·제미나이), OTT(넷플릭스), 클라우드(아마존웹서비스), SNS(인스타그램) 등 해외 주요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였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기회비용도 막대한 실정이다. IT서비스 분야는 초기 선점 효과가 크고, 선점 경쟁은 국경을 초월한다. 한 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다시 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글로벌 기업에 한국 시장을 내어준 전례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국이 지분 분산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책임경영일 것이다. 그 사정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소유지분이 분산될 경우 현실적으로는 지분 파편화로 기업 지배력과 의사결정 권한이 희석되면서 리스크 발생 시 책임 소재 또한 모호해질 우려가 있다. 오히려 대주주의 책임경영 체계가 약화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용자 신뢰가 기업가치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산업이다. 명확한 소유구조를 갖춘 기업은 단순한 법적 의무 이행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보안과 이용자 보호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동기가 확실하다. 반면 소유구조가 불분명해질 경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게 되어 장기적 인프라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안정 확보라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취지와도 상충된다.

지난 15년간 민간의 창의와 리스크 감수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제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아 왔다. 산업이 본궤도에 오른 시점에 갑자기 소유구조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성장의 결실을 저해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유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제약이 아니라, 민간의 혁신을 존중하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운영 규제를 마련하는 일이다.

지분 상한을 20%, 3년 유예한다고 하지만, 지분 제한은 그대로인 점에서 3년이라는 시간은 강제 매각이라는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3년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경영하는 셈이며, 이는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국내 가상자산시장을 키울 의지가 있다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정책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