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SDI 등 사외이사로 영입
금융당국·은행 소통창구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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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은행권 및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이들을 선호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은행장 출신들에게도 비금융 기업 사외이사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겸직 제한이 엄격하고 업무 부담이 큰 금융사 사외이사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기업 사외이사를 맡으며 경영 참여와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9일 주주총회 안건을 공시하고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조 전 행장이 2024년 말 퇴임한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IBK기업은행장을 지낸 윤종원 전 행장은 삼성SDI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효성화학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까지 포함하면 올해 비금융 기업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된 은행장 출신 인사는 총 3명으로 집계됐다.
은행장 출신 인사가 기업 사외이사로 이동하는 사례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박성호 전 하나은행장이 한진칼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이 밖에도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 출신 은행장들 다수가 기업 이사회에 합류했다. 심성훈 전 케이뱅크 행장과 하춘수 전 DGB대구은행장(현 iM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출신도 있었다.
기업들이 은행장 출신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배경에는 금융·경제·경영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 오랜 기간 금융업권에 몸담으며 현장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데다, 회계와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이사회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은행장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롯데지주와 효성화학의 경우 업황 부진에 따른 재무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행장 출신 사외이사가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기업이 대규모 투자나 자금 조달 등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들이 보유한 금융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금융당국이나 은행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업 이사회가 다양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실무형 인재를 선임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규제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일반 기업보다 겸직과 이해상충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여기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각종 위원회 활동에 자주 참여해야 하는 등 업무 부담도 큰 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 보수가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 보수와 비슷한 수준인데도 겸직 제한이 까다로워 매력도가 높지 않다"며 "사외이사가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점도 금융지주 이사직을 기피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은행장 출신 인사 선호 현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용식 교수는 "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권 인재 영입이 기업 이사회 운영에서 하나의 레퍼런스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