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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잡던 한국 해군, ‘이란 드론 떼’에 뚫리나… ‘가성비 소모전’에 무너지는 방어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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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3. 19. 14:48

이란의 무인기, 자폭드론, 미사일의 정체
1,200만 달러 vs 2만 달러: ‘경제성’에서 패배한 요격 체계
미군의 선택은 ‘미국판 저가 드론인 루카스'
미군이 대이란전쟁에 실전 배치한 '루카스'(LUCAS) 공격드론의 시험 비행 장면. 이 드론은 이란의 샤헤드-136을 기반으로 역설계돼 개발됐으며, 센트콤 특수작전사령부(SOCCENT) 산하 전갈 타격임무부대(TFSS)가 중동 지역에서 운용 중이다. 루카스(LUCAS, Low-cost Uncrewed Combat Attack System)는 이름 그대로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체계다. / 미 국방부(DoD)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및 관련 방위산업체 시험 비행 아카이브/ 그래픽=박종규 기자
19일, 중동 전역을 휩쓸고 있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세가 한국 해군에 엄중한 경고장을 던지고 있다.

과거 아덴만에서 해적의 고속정을 상대하던 수준의 대응 체계로는 테헤란이 설계한 고도의 '비대칭 소모전'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군의 방공망이 '창'의 속도는 따라잡았을지언정, '물량'의 무게에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1,200만 달러 vs 2만 달러: '경제성'에서 패배한 요격 체계

이란의 주력 공격 수단인 샤헤드(Shahed)-136 자폭 드론은 대당 가격이 약 2만 달러(한화 약 3,0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이를 저지할 우리의 주력 요격 수단인 SM-2나 천궁-II 유도탄은 발당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이란 공격 위협의 실체는 정밀한 한 발이 아닌, 수백 대의 저가 드론을 동시에 날리는 '군집 공격(Swarming)'을 구사한다.

19일 현재 UAE 접경지에서만 1,600여 대의 드론이 식별된 상황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보유한 한정된 유도탄 수량으로는 '드론 떼'를 요격하다가 정작 중요한 탄도미사일 공격 시점에 '빈 탄창' 상태가 될 위험이 크다.

△ 'CIWS'의 딜레마: 3초의 승부, 뚫리면 끝이다

함정의 최후 보루인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역시 드론 시대의 새로운 숙제를 안고 있다.

물리적 한계로 기존 팔랑스(Phalanx)나 국산 CIWS-II는 대함 미사일 저지에 특화되어 있다.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미사일을 잡기 위해 설계된 정밀 병기가 시속 185km로 느리게, 그러나 수십 방향에서 흩어져 날아오는 소형 드론들을 일일이 식별하고 격추하는 데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탐지 사각측면에서 이란군의 샤헤드 드론은 고도가 낮아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격추에 성공하더라도 함정 바로 인근에서 폭발할 경우 그 파편만으로도 함상의 레이더나 정밀 장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 '천궁-II'의 선전 뒤에 숨은 그림자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천궁-II가 90% 이상의 요격률을 기록하며 K-방산의 위용을 과시했으나, 이는 '미사일 대 미사일' 구도에서의 성과다.

K-방산 전문가들은 천궁II의 구조적 한계로 "미사일 중심의 현재 방공 체계는 이란식 드론 소모전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청해부대 등 해외 파병 부대가 그동안 해적 대응에 치중하느라 이란군 수준의 복합적인 미사일·드론 공격에 대비한 실전적 다층 방어 훈련이 부족했다는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 '가성비'에 뚫리는 억대 방패'… 저가 요격 체계 시급

현시점 이란의 공격 양상은 우리 해군에게 "방어력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의 방어 방식은 마치 수천 원짜리 화살을 막기 위해 수백만 원짜리 방패를 소모하는 격이다.

이란의 세질(Sejjil) 탄도미사일과 파베(Paveh) 순항미사일이 날아오기도 전에 저가형 드론 공세에 방패가 먼저 깨질 판이다.

우리 군 당국은 이제 '명중률'뿐만 아니라 '요격 비용'과 '동시 교전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레이저 대공무기(Block-I)의 조기 전력화나 '드론 잡는 드론' 같은 저비용 요격 수단의 확보 없이는, 호르무즈의 파도는 우리 해군에게 가혹한 시련이 될 것이다.

미군이 최근 단행한 이란 공습 작전 '에픽 퓨리(Epic Fury)'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포착됐다.

미군이 적의 무기를 그대로 역설계해 만든 이른바 '미국판 샤헤드', 루카스(LUCAS) 자폭 드론을 실전에 처음으로 투입한 것이다.

수십억 원짜리 미사일로 수천만 원짜리 드론을 막던 미군이 이제는 '눈에는 눈, 드론에는 드론'이라는 가성비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미군조차 '물량에는 물량'이라는 비대칭 상쇄 전략이 유일한 해법임을 인정한 셈이다.

전쟁은 이제 '누가 더 비싼 무기를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적의 자원을 고갈시키는가'의 싸움으로 변모했다. 미군의 루카스 투입은 우리 군에게도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비싼 방패만 다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도 적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가성비 창'을 대량으로 쥐어야 한다. 2026년의 전장은 더 이상 구시대적인 방어 공식에 머물러 있는 군대에게 승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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