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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조만호의 승부수]기획·홍보·매장까지 구석구석…K패션 판 키워낸 ‘디테일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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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6. 03. 23. 17:42

섬세한 감각 살려 사업 곳곳 완성도↑
신발 덕후서 '패션유니콘' 리더 우뚝
현장형 리더십…신진 디자이너 지원 4000억
스니커즈 커뮤니티 출발…5조 플랫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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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면담장. 삼성, SK 등 굴지의 재벌 총수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로고가 선명한 종이 쇼핑백을 직접 챙겨 들고 나타난 인물, 바로 조만호 무신사 대표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플랫폼 스타트업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직접 브랜드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이 사례는 조 대표의 '디테일 경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알려진 조 대표는 강력한 카리스마 대신 패션학도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사업 곳곳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리더다. 오프라인 매장의 인테리어와 MD 구성까지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무신사만의 디테일이 살아나는 이유다.

◇ 신발 사진 찍던 소년, K-패션 판 바꾼 '디테일 승부사'로

무신사는 고등학생의 순수한 '덕질'로 시작됐다. 2001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조만호 대표는 프리챌에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무신사)'이라는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니커즈 마니아들의 정보 공유의 장이었던 이곳은 2003년 자체 홈페이지 구축, 2005년 '무신사 매거진' 발행을 거치며 패션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조 대표는 직접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신촌, 이대, 가로수길 등 서울의 패션 명소를 누비며 '길거리 패션'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도 자금과 마케팅 부족으로 백화점 등 기성 유통망에 진입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실을 목격했다.

2009년 탄생한 '무신사 스토어'는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온라인 패션 제품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시기, '정품을 믿고 살 수 있는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며 커머스 기능을 본격 도입했다. 거래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한 무신사는 2015년 입점 브랜드 수 1000개에서 현재는 1만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다. 국내 패션 유통의 중심축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고 평가받으며 이를 바탕으로 패션 플랫폼 최초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 서버비 위해 팔았던 운동화, 4000억 상생의 씨앗이 되다

무신사의 초창기는 자금 부담과 운영의 어려움이 컸다. 수익 기반이 없던 시절, 조 대표는 불어나는 서버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아끼던 스니커즈를 중고로 판매해 운영비를 마련했다. 이 에피소드는 2020년 당시 해당 신발 구매자가 온라인에 인증글을 올리며 알려졌고, 무신사가 동일 모델을 재발매해 선물로 보답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조 대표는 '만호형'이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굳혔다.

자신의 고통을 겪어본 조 대표는 입점 브랜드의 고충을 외면하지 않았다. 2015년부터 시작된 '무이자 생산자금 지원'이 대표적이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 거액의 생산비가 필요한 패션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무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조 대표가 사채까지 고민하던 신예 디렉터들의 사정을 직접 듣고 제안한 정책이다. 2025년 말 기준 누적 지원 금액은 4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디스이즈네버댓', '쿠어', '앤더슨벨' 등 K-패션의 주역들이 탄생하는 든든한 마중물이 됐다.

여기에 조 대표는 2022년부터 시작된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을 통해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패션 장학생을 배출하며 예비 디자이너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인재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신진 디자이너 발굴을 통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20년 전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찼던 대학생의 창업에서 시작된 무신사가 이제는 국내 패션업계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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