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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지주택’마저 흔들…서희건설, 공공·서울 소규모 정비사업 대안도 험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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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6. 03. 24. 16:10

작년부터 현재까지 착공 지주택 사업장 1곳
지난해 말 기준 19곳서 운영…6곳은 여전히 미착공
피해 잇따르자…정부, 지주택 규제 강화 및 제도 폐지 시사
대체 사업 영역 경쟁 치열…입지 확보 녹록잖을 듯
서희건설 사옥 전경
서울 서초구 서희건설 사옥 전경./서희건설
서희건설이 주력 사업으로 키워온 지역주택조합(지주택) 부문에서 뚜렷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지주택 규제 강화로 사업 추진 문턱이 높아진 데다, 일부 조합 관계자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금품 제공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업 환경이 빠르게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공공주택 사업과 서울 주요 지역의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해 단기간에 지주택의 공백을 메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서희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새로 착공한 지주택 사업장은 단 1곳에 그쳤다. 2024년 4월 계약을 체결한 경기 화성 비봉지역주택조합이 유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시공 중이거나 계약·약정을 마친 지주택 사업장은 총 19곳이지만, 이 가운데 2022년 이후 계약한 6개 사업장은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서희건설이 지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외형을 키워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사업 추진 둔화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서희건설은 2008년 이후 전국 80여 개 단지, 약 10만 가구 규모의 지주택 사업을 추진하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쌓아왔다. 하지만 주력 사업의 착공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점은,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지주택 사업 지연의 직접적인 배경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토지 사용 승낙서 위조, 조합장 배임·횡령, 공사비 과다 증액 요구, 탈퇴 조합원 환불 지연 및 거부 등 지주택 사업을 둘러싼 문제가 잇따르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주택 사업 폐지 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국 618개 지주택 조합 가운데 445곳을 점검한 결과, 287곳에서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회사 안팎의 리스크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서희건설 부사장이 경기 용인 지역 지주택 사업 수주 과정에서 조합장에게 20억원대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주택 사업은 조합과 시공사, 업무대행사 간 신뢰가 핵심인데, 수주 과정의 불투명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회사의 대외 신인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1001억원, 영업이익은 144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3%, 38.8% 감소했다. 지주택 사업의 추진 속도 저하와 신규 착공 감소가 전반적인 실적 하락 압력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서희건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하는 공공주택과 소규모 정비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연말까지 시흥 거모(569억원), 화성 동탄(1502억원) 등 공공주택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고, 지난해 말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 657-1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데 이어 이달 1327억원 규모의 본계약도 체결했다.

문제는 새로 진입한 시장이 기존 지주택보다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주택은 LH 발주 물량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데, 최근 공사비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로 먹거리가 줄어든 중견 건설사들이 대거 몰리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대형사 브랜드 선호가 뚜렷하고, 중견사들마저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타운 등으로 내려오면서 수주 여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결국 서희건설은 기존에 의존도가 높았던 지주택 사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새 먹거리로 점찍은 공공주택과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도 녹록지 않은 경쟁에 직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구조 전환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거론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주택처럼 회사 색채가 강했던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며 "새 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수주 기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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