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니르-트럼프 밀착이 핵심
이란에도 "가장 덜 적대적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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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이 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자국의 이해가 절박하게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원유 수입의 81%를 걸프 지역에 의존하는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 두 번째로 큰 시아파 무슬림 인구를 보유한 파키스탄에서는 전쟁 개시 직후 전국적인 반미 시위가 벌어졌고, 이란에 대한 전쟁이 장기화되면 자칫 그 화살이 국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란전쟁 종식은 샤리프 총리에게도, 파키스탄에게도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파키스탄의 중재가 성공할 경우,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을 비밀리에 중재한 이후 최대의 외교적 성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중재자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핵심 고리는 아심 무니르 군 참모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지난해 1월 다보스에서 트럼프를 만난 이후 관계를 쌓아왔다. 파키스탄은 트럼프가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P)에 가입했고, 샤리프 총리는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트럼프 가문과 연결된 암호화폐 사업의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는 계약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무니르 참모총장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전원수", "대단한 전사"라고 수차례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로이터는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 5명을 인용해 파키스탄이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최소 6차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4일에는 무니르 참모총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고, 백악관 역시 이를 확인했다.
이란 입장에서도 파키스탄은 다른 후보국 대비 수용 가능한 중재자다. 이란은 1947년 파키스탄 독립을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로, 수십 년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퀸시연구소 중동프로그램의 애덤 와인스타인 부국장은 "파키스탄은 카타르 등 걸프 국가와 달리 미군 기지를 두고 있지 않고, 그 자체로 군사 강국"이라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역시 이란과 같은 비아랍 무슬림 국가인데다가 2억4000만 인구의 약 5분의 1이 시아파다. 1979년 미국과 이란의 외교 관계가 단절된 이후 이란의 사실상 미국 주재 외교 기능을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대사관이 대행해온 것도 파키스탄의 독특한 입지를 보여준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란이 튀르키예·카타르·이집트 등 경쟁국 가운데 파키스탄을 회담 장소로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파키스탄이 이란의 역내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지난해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이란의 사우디 공격 이후 조약 이행 의무를 환기시킨 바 있어 완전한 중립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구체적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샤리프 총리가 회담 개최 의사를 공식화하기 전, 파키스탄과 외국 소식통은 양국 관리들이 이번 주 이슬라마바드에서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 측에서는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란 측은 트럼프가 이란 관리와 대화했다고 주장한 것을 "가짜 뉴스"라며 부인하고 있어 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국제 분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파키스탄의 다른 한쪽 얼굴은 사뭇 다르다. 아프간 당국은 지난 23일 자정을 기점으로 이슬람의 이드 명절을 맞아 합의한 닷새간의 교전 중단이 만료되자, 파키스탄이 불과 수 시간만에 아프간 쿠나르주에 24차례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카불 마약 재활 병원 공습으로 411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인 피해도 극심했지만 휴전 기간 중 양측 간 평화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파키스탄 국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밀착 외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1일에는 시위대가 카라치 미국 영사관에 돌진을 시도해 10명이 사망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봉합하겠다면서 자국 국경에서는 전쟁을 멈추지 않고, 국민의 반미 감정과도 부딪히는 파키스탄의 중재 행보가 어디까지 힘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