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아시아 이슈]이란전쟁 에너지난, 개도국 덮쳤다…“밀가루 값 폭등 임박”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26010008126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3. 26. 14:33

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 연료 비축분 수주 내 소진 우려
이집트, 유류 가격 최대 22% 인상…야간 영업 제한
달러 강세에 수입 비용 가중, 재정 위기 고조
BANGLADESH FUEL STATION <YONHAP NO-6589> (EPA)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한 주유소에서 25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세운 채 연료를 넣기 위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EPA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이란 간의 전쟁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의 개발도상국이 에너지 가격 급등의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걸프만 석유·가스 시설 공격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재정 여력이 부족한 나라들이 이중고에 빠진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에너지의 약 80%를 걸프지역에서 수입하는 파키스탄은 휘발유·경유 비축분이 수주 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달 초 유류 가격을 리터당 55루피(약 295원) 인상했지만,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앞두고 추가 인상을 보류하고 그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난 타개를 위해 파키스탄은 현재 △학교 휴교 △공무원 주4일 근무 △공공부문 절반의 재택근무 △공무용 유류 수당 삭감 등 비상 조치를 시행했다.

석유의 약 95%를 수입하는 방글라데시는 비축분이 수일 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배급제를 도입했지만 일부 지역 주유소는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2019년부터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는 에너지 수요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스리랑카 역시 매주 수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차량 소유자에게 차량별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다.

중동 최대 에너지 수입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지난 10일 휘발유·경유·조리용 가스 가격을 15~22% 인상했다. 상점·카페·쇼핑몰의 평일 영업을 오후 9시, 주말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공공 조명도 줄였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더 가혹하고 위험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는 연료 수입 의존도와 공공 부채 수준, 외환보유액 대비 수입 비율 등을 분석해 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요르단·이집트·에티오피아·잠비아 등을 가장 위험한 국가군으로 꼽았다.

에너지 위기를 가중시키는 것은 달러 강세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에 자금이 쏠리면서 개도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에너지 수입 비용은 더 올랐다.

예 킴 렝 말레이시아 선웨이대 교수는 "부채와 높은 수입 의존도에 허덕이는 개도국은 인플레이션·통화 약세·재정 압박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재정 여유가 바닥나 보조금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긴축과 초인플레이션이 겹쳐 사회 불안과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 종료 시점이 불투명한 만큼,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유는 개도국들의 물류·농업 경제의 근간이다. 이란전쟁으로 인한 운송비가 오르면 밀가루에서 비료까지 모든 품목 가격에 전이될 수밖에 없다. 밀가루는 파키스탄 등지에서 최하위 소득층 식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5월까지 경유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수년 내 가장 비싼 비용을 들여 밀을 수확하게 되고, 그 비용이 곧바로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