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세부 정상회의 앞두고 연기·축소 검토
전문가 "연기는 외교적 손실…에너지 안보를 의제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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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국제 행사 예산을 서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전용하자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행사 연기가 아세안 의장국으로서의 외교적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필리핀 상원 지도부는 최근 게리 테베스 전 재무장관이 제안한 아세안 정상회의 연기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테베스 전 장관은 정부 지출을 줄여 치솟는 유류비 충격을 완화하는 데 재원을 돌리자면서 아세안 정상회의 연기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비센테 소토 3세 상원의장은 "시대적 상황이 정상회의 연기와 같은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힘을 실었다.
판필로 락손 상원의원 역시 아세안 이웃 국가들도 상황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해당 예산을 이란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생계 부문을 돕기 위한 보조금 등으로 돌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친누나인 이메 마르코스 상원의원 역시 "행사 연기가 어렵다면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석유 자원을 보유한 아세안 회원국(브루나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과 러시아·이란 등 산유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자리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은 이번 한 해 정상회의 및 관련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예산으로 175억 페소(4362억 7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필리핀은 올해 1월부터 외교장관 회의를 주최하고 있으며, 5월에는 세부에서 제48차 아세안 정상회의, 11월에는 제49차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반면 외교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위기 상황일수록 아세안 의장국으로서의 리더십을 입증해야 한다며 행사 연기론에 선을 그었다. 비영리 정책자문기관 팩츠 아시아의 설립자이자 국익재단 임시 회장인 훌리오 아마도르는 아세안이 위기에 얼마나 단합하여 대응할 수 있는지 역내외에 보여주어야 할 때라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정학적 문제이기도 한 이번 사태에 단호하고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세안 행사 연기로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외교적 평판과 전략적 손실에 비해 적을 수 있다는 지적과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회복력을 아세안의 핵심 우선순위로 밀어 붙여 역내 리더십 강화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수입 연료의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국가 중 하나다. 이달 초에는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돌파해 일부 주유소가 두 자릿수 전광판에 가격을 수기로 표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