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019년부터 순에너지 수출국
싱가포르 외교장관 "무력 충돌과 경제 충격 간 비대칭성 커"
비료·식량·인터넷망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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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현재 상황을 "아시아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군사적 차원과 경제적 차원의 비대칭으로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2025년 기준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 제품이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병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카타르·이라크·바레인·이란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핵심 수출로로, 우회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다. IEA에 따르면 이 물량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한다. 이 탓에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경제적 충격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집중되는 구조다.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은 2019년부터 순에너지 수출국이 되면서 호르무즈 봉쇄의 직접적 타격에서 벗어났다.
아시아와 달리 미국이 이번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이유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내에서의 위상 변화 때문이다. 1980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로를 지키기 위해 군사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이른바 '카터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 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50년 전과 비교해 미국의 에너지 의존도와 지정학적 계산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평가했다.
반면 아시아 주요국들의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로렌스 앤더슨 난양공대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RSIS)의 수석연구원은 "인도는 원유의 절반 이상, LNG의 3분의 2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일본은 원유의 95%가 중동산"이라며 "중국, 한국, 동남아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원유뿐 아니라 해협을 통과하는 LNG의 약 90%도 아시아행이며, 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은 전체 LNG 수입의 거의 3분의 2를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
충격은 에너지 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해상 비료 교역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가스 가격이 오르면 비료 가격이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식량 가격이 오르는 연쇄 구조다.
앤더슨 연구원은 "기업과 일반 소비자 모두 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에 시달리게 되며, 이는 국내 식료품·교통비뿐 아니라 관광·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위기가 수개월간 지속되면 주식·채권·투자 등 아시아 금융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해저 에너지·광섬유 케이블 절단을 위협하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