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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보다 무서운 경제 붕괴…이란, 체제 방어 위해 탄압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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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기자

승인 : 2026. 03. 31. 14:43

전후 경제 파탄·민중 봉기 가능성에 전전긍긍
바시지 민병대, 민중 감시 위해 12세 소년까지 동원
IRAN-CRISIS/CRACKDOWN
지난 1월 19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발생한 시위로 불탄 주립 은행 건물./로이터 연합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는 전쟁의 물리적 피해보다 종전 이후에 닥칠 경제적 붕괴와 그로 인한 대규모 민중 봉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이란 경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으로 국가 수입의 근간인 에너지 생산 시설과 물류 허브가 파괴되며 위기 상태에 직면했다. 이란 당국은 전시 계엄 수준의 통제로 자국민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파괴된 인프라와 고립된 경제 구조가 이란 정권의 존립을 흔들 최악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가스 시설 파손은 이란 국가 재정 수입의 절벽을 의미한다. 국제적인 고립과 제재 유지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전후 재건을 위한 외부 자금 유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변 걸프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그나마 유지되던 역내 파트너들과의 관계도 악화해, 전후 이란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테헤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많은 민간 기업이 폐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종전 후 대규모 실업 사태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전쟁이라는 외부 위협이 사라진 뒤 국민들의 시선이 내부로 향하는 시점이다.

이란 정부는 이미 지난 1월 경제난으로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했던 경험이 있다. 전쟁 여파로 민생이 파탄 나며 정권을 향한 국민들의 적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달 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소식에 환호했던 테헤란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현 체제에 대한 민심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쿠르드, 아랍, 발루치 등 소수 민족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후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쟁 중에도 이란은 민중 봉기의 싹을 자르기 위해 내부 단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산하 조직인 바시지 민병대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12세 소년들까지 검문소에 배치하며 도시 곳곳을 감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치안 유지를 넘어 상시 감시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테헤란 주민은 "사람들이 밤에 외출하기를 두려워한다"며, 만약 정권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이후에는 피비린내 나는 탄압이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알리 안사리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현대사 교수는 "이란 정권은 현재 피해망상과 독기에 가득 차 있다"며, "평화가 찾아오는 순간 모든 내부적 모순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며, 정권은 이를 더욱 잔인하게 짓밟으려 하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체제 붕괴를 가속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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