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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머물고 상상한다…‘이색 체험형 공연’에 빠진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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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4. 02. 13:28

'리모트 서울' 매진 행렬
참여형·감각 실험형 공연, 공연계 새 흐름으로
Remote Moscow  ⓒMike Vonokov
독일 창작집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리모트 X'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리모트 모스크바' 공연 장면. /GS아트센터
공연장이 바뀌고 있다.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던 전통적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이 직접 걷고 머물며 감각으로 체험하는 공연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니라 공연의 일부가 되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GS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참여형 퍼포먼스 '리모트 서울'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이 공연은 이달 3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진행되며 회차당 30명의 관객이 헤드폰을 착용한 채 인공지능 음성 안내를 따라 약 2시간 동안 도시를 걷는다. 출발점은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참가자들은 강남을 가로지르는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공연을 완성한다.

이 작품은 독일 창작집단 리미니 프로토콜의 '리모트 X' 시리즈로, 도시 전체를 무대로 확장한 '오디오 워킹 투어형' 공연이다. 관객은 음성 안내를 따르거나 거부하는 선택을 통해 인간과 기술의 관계, 개인과 집단의 움직임을 체험하게 된다.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사라진 자리에서 도시가 곧 무대가 되고, 관객은 동시에 배우가 된다.

흥행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리모트 서울'은 티켓 오픈 직후 주요 회차가 빠르게 매진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기존 공연과 달리 관객 수가 제한된 체험형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찾는 관객들의 수요가 뚜렷하게 확인된 셈이다.

[국립극단] 파빌리온 72(2026) 현장사진 07
국립극단이 최근 선보인 실험적 공연 '파빌리온 72'의 한 장면. /국립극단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이어진 실험적 공연들에서도 감지된다. 국립극단이 최근 선보인 '파빌리온 72'는 관객이 최대 72시간 동안 자유롭게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작품이다. 관객은 공연 중 언제든 드나들 수 있고 앉거나 눕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며 공연을 경험했다. 기존 연극의 시간 개념과 관람 규칙을 해체한 시도다. 실험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사전 신청이 빠르게 마감되는 등 높은 관심을 모았다.

서울문화재단이 올초 소개한 이머시브 오디오극 '땅 밑에' 역시 주목을 받았다. 배우 없이 오직 소리와 빛만으로 서사를 구축한 이 작품은 관객이 헤드폰을 통해 지하세계 '지국'을 탐험하도록 구성돼, 청각 중심의 새로운 몰입 경험을 제시했다.

이처럼 최근 공연계에서는 '참여형', '체류형', '감각 확장형' 작품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공연 형식의 진화와 함께, 관객들이 단순한 관람을 넘어 '경험'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특히 한정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구조, 비일상적 체험 요소 등이 맞물리면서 공연은 일종의 '희소한 경험 상품'으로서의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현수정 공연평론가는 "최근 공연들은 서사의 전달에서 벗어나 관객의 감각과 행동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걷기, 머무르기, 듣기 같은 일상적 행위를 예술적 경험으로 전환시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흐름은 공연과 전시, 도시 체험의 경계를 허무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며 "이미 공연예술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관객의 역할도 재정의되는 국면에 들어서 있다"고 분석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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