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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정유사 대리점 적자유통…“횡재세 논의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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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6. 04. 06. 15:50

최고가격제 도입 후 유통망 붕괴 가속화
40년 고정 1.5% 카드수수료, 고유가 시기 카드사만 특수
횡재세 논의보다 시급한 것은 유통 생태계 정상화
휘발유ㆍ경유 가격 상승 지속
중동 전쟁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연합
중동 전쟁 장기화에 유가가 치솟자 '횡재세' 도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가 고유가 특수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탓입니다. 정작 업계 내부에서는 실적 호조가 장부상 수치에 불과한 착시 현상일 뿐이며 오히려 정유사와 주유소를 잇는 유통 공급망이 붕괴 직전의 위기라는 호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유사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재고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 가치가 시장 가격 상승에 따라 장부상으로만 늘어난 회계적 이익으로 현금흐름이나 투자 여력과는 무관합니다. 예를 들어 배럴당 70달러에 산 원유가 분기 말 80달러로 오르면 실제 판매 전이라도 차액만큼 이익이 잡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유가 급락 시기에 정유 4사는 분기당 5000억~80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장부상 숫자를 근거로 횡재세를 부여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무시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통 현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석유 공급의 43%를 담당하는 550여 곳의 석유대리점은 적자 유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정유사의 대리점 공급가와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지면서 도매 단계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리점은 저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주유소에 기름을 넘기고 있습니다. 2021년 620여 개였던 대리점은 현재 550여 개로 11% 감소했습니다. 대리점 공급망이 무너지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전체의 8%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국 1만1000여 개 주유소에 대한 직접 공급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수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합리한 카드수수료 체계 역시 유통업계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입니다. 40년째 1.5%로 고정된 정률제 구조로 인해 유가가 리터당 200원 오를 때마다 카드사는 추가로 1000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챙깁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1% 내외인 주유소는 판매가의 절반에 달하는 유류세분에 대해서까지 수수료를 부담하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업계가 유가 수준에 따라 수수료율을 0.8~1.2%로 탄력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으로 국민과 업계가 고통받는 사이 카드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유통망의 현실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는 횡재세 도입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정유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유통 비용부터 줄일 것이고 이는 대리점의 폐업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대리점이 정상적인 도매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가 구조를 개선하고 고유가 시기 카드수수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유통망 안정 대책입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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