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고정 1.5% 카드수수료, 고유가 시기 카드사만 특수
횡재세 논의보다 시급한 것은 유통 생태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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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유사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재고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 가치가 시장 가격 상승에 따라 장부상으로만 늘어난 회계적 이익으로 현금흐름이나 투자 여력과는 무관합니다. 예를 들어 배럴당 70달러에 산 원유가 분기 말 80달러로 오르면 실제 판매 전이라도 차액만큼 이익이 잡히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하락하면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유가 급락 시기에 정유 4사는 분기당 5000억~8000억원 규모의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장부상 숫자를 근거로 횡재세를 부여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무시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통 현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한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전국 석유 공급의 43%를 담당하는 550여 곳의 석유대리점은 적자 유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최고가격제 도입 이후 정유사의 대리점 공급가와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지면서 도매 단계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리점은 저장비,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 비용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주유소에 기름을 넘기고 있습니다. 2021년 620여 개였던 대리점은 현재 550여 개로 11% 감소했습니다. 대리점 공급망이 무너지면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전체의 8%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국 1만1000여 개 주유소에 대한 직접 공급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수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합리한 카드수수료 체계 역시 유통업계의 숨통을 조이는 요인입니다. 40년째 1.5%로 고정된 정률제 구조로 인해 유가가 리터당 200원 오를 때마다 카드사는 추가로 1000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챙깁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1% 내외인 주유소는 판매가의 절반에 달하는 유류세분에 대해서까지 수수료를 부담하며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업계가 유가 수준에 따라 수수료율을 0.8~1.2%로 탄력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으로 국민과 업계가 고통받는 사이 카드사만 이익을 보는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유통망의 현실에 대한 세밀한 분석 없는 횡재세 도입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정유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유통 비용부터 줄일 것이고 이는 대리점의 폐업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대리점이 정상적인 도매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가 구조를 개선하고 고유가 시기 카드수수료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실효성 있는 유통망 안정 대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