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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행정법원 제5부(부장판사 이정원)에 따르면 두나무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규제당국이 구체적인 조치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나무가 자체적으로 대응 조치를 취한 점을 인정했다. 만약 1심에서 패소했다면 금융당국이 두나무와 네이버 간 합병과 관련한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및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서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명분이 될 수 있었다.
이번 판결로 영업정지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법적·재무적 변수들이 남아 있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20%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이 도입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로는 '스테이블코인 은행 지분 51% 규정'이 거론된다. 두나무와 네이버는 합병 이후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를 추진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지만, 관련 제도 정비가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두나무는 최근 공시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및 시행 결과가 주식교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사항으로 명시했다.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부담도 주요 리스크로 꼽힌다. 상법에 따르면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 전 서면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경우 총회 결의일부터 20일 이내 회사에 자기 주식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두나무의 현재 기업가치는 약 15조원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주당 43만9252원이다. 이에 따라 행사 규모가 1조2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양사 간 주식교환 계약은 해제될 수 있는데, 이는 두나무 지분 약 8%에 해당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나무의 기타 주주 지분은 37.6%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8%),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중 약 8% 수준의 주주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주식교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 의사 접수 기간은 오는 7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8월 18일부터 9월 7일까지다. 이에 대해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주주들이 이번 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계약 무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나무는 1심 결과를 앞두고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 일정을 약 3개월가량 연기했다. 주식교환을 위한 주주총회는 기존 5월 22일에서 8월 18일로, 최종 주식교환일은 6월 30일에서 9월 30일로 각각 변경됐다. 표면적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추가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른 일정 조정으로 설명되지만, 업계에서는 규제 및 소송 리스크를 고려한 전략적 '속도 조절'로 해석하고 있다. 두나무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주주 동의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신고 접수일로부터 30일간 진행되며, 필요 시 최대 90일까지 연장돼 총 120일이 소요될 수 있다. 특히 두 기업 모두 국내 플랫폼 및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심사 기간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오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딜 규모가 크고 전례가 없는 사안인 만큼 정부 당국이 합리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 규제 환경, 소송 결과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얽혀 있어 합병 일정과 성사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정책 및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업 시너지 실현도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규제를 준수하고 건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FIU는 지난해 2월 두나무가 해외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하고 고객확인(KYC) 의무를 위반하는 등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두나무는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