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물량 유지에도 중소·영세업체는 '타격'
석유 최고가격제, 전세계 시장 가격과 괴리 벌어져
"소비 감축·고통 분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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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결렬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원유 수급을 넘어 나프타와 비닐·플라스틱 등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평시 월평균 수입 물량의 60~70% 수준의 대체 원유를 확보했고 주요 화학 기업들의 나프타 재고도 남아 있어 단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나프타 물량 정상화를 위해 필요 시 예비비 투입까지 검토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나프타 물량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가격 급등으로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마진 압박'이 심화되면서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낮추거나 일부 설비를 멈추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는 수급이 완전히 끊긴 상황은 아니지만 들어오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충분히 쌓이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대기업보다 중소·영세 업체에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NCC에서 생산된 기초유분은 비닐·플라스틱·의료용 소재 등으로 이어지는데 원재료를 매일 조달해야 하는 중소 가공업체들은 가격 급등과 물량 불확실성에 동시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기업은 일정 수준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영세 업체는 가격이 오를 때마다 즉각적인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평균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취약한 고리부터 타격이 시작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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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구조적 취약성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료 구조에서 가격과 공급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며 "이미 어려움을 겪던 석유화학 업계에 추가 충격이 가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가격 통제 정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이번에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는 유가 자율화 이후 처음 적용된 조치로, 시장 가격과의 괴리를 키울 수 있다"며 "국제 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부담이 정유사와 산업 전반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에너지 소비 조절이 이뤄지기 어려워 시장 전반의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과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황 부진 속에 진행되던 설비 감축과 사업 재편이 이번 사태로 지연되거나, 반대로 한계 설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버티기 어려운 설비부터 정리되는 흐름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산업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향후 더 큰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