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취재후일담] AI로 되살아난 선대회장, SK는 왜 지금 선대의 패기를 강조했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21010006590

글자크기

닫기

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4. 21. 18:08

손강훈
최근 SK그룹은 창립 73주년을 맞아 아주 특별한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그룹의 기틀을 닦은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모습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입니다. 지난 8일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이 5분 남짓의 영상 속에서, 두 분은 6.25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선경직물을 재건하고 이동통신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던 시절의 '패기와 도전'을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줬습니다.

AI라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과거의 헤리티지(유산)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고 싶다"는 최태원 회장의 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현재 그룹이 마주한 엄중한 현실과 절박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산업계, 특히 SK그룹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진행 중입니다. 커진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주요 계열사들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강도 체질 개선이 인력 재배치·조정으로 이어지며, 조직 내부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희망퇴직의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던 타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정작 회사가 붙잡고 싶은 유능한 에이스들이 먼저 이직 시장으로 떠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인력 재배치·조정이 도리어 핵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재'입니다. 기업의 진정한 위기는 재무제표상 하락하는 숫자가 아니라 위기를 함께 돌파할 사람의 부재에서 나옵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능력 있는 인재들은 흔들립니다. 이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한 연봉이나 복지 이상의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다"는 최종건 창업회장의 뚝심, 그리고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최종현 선대회장의 통찰은 구성원들에게 내부 결속의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일어섰고, 남들이 망설일 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 성공을 일궈낸 저력이 있는 기업'이라는 굳건한 자부심을 불어넣기 위한 조직 문화 다지기입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발휘된 '패기와 도전'이라는 DNA를 일깨워, 현재의 파고를 넘어설 동력으로 삼겠다는 경영진의 의지인 셈이죠.

그런 의미에서 AI 기술을 빌려 시공간을 넘어온 선대회장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독려가, 변화 앞에 흔들리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신발 끈을 고쳐 매게 하는 든든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손강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