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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휴전 연장에도 미·이란 호르무즈 ‘쌍방 봉쇄’ 격화…종전 출구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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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4. 23. 11:50

트럼프 '무기한 휴전' 선언·해상봉쇄 고수…36~72시간 내 협상 재개 타진
이란, 상선 3척 공격·2척 나포…"봉쇄 해제 없이 협상 불가"
전쟁권한법 시한, 5월 1일…공화당 균열·트럼프 국내 압박 가중
US-POLITICS-TRUMP-NCA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진행된, 다양한 종목과 대학을 대표하는 100명 이상의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전미 챔피언들을 기리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한을 정하지 않은 휴전을 선언한 다음날인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해상봉쇄와 이란의 해협 통제가 맞물린 '쌍방 봉쇄' 구조가 형성되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5월 1일 미국 전쟁권한법 60일 시한 만료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해상봉쇄와 협상 핵심 쟁점을 둘러싼 미·이란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조속한 종전 협상 타결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 트럼프, '무기한 휴전' 선언 후 36~72시간 내 협상 타진…이란, 상선 3척 공격·2척 나포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휴전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것을 놓고 이날 논란이 가중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가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3~5일 시한부 휴전'을 보도하자,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확정된 기한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Fox News) 인터뷰에서 이를 부인했다.

뉴욕포스트(NYP)는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과의 중재 노력을 바탕으로 '36~72시간 내' 추가 회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 그 가능성을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자로 "가능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파키스탄·이집트 등 중재국들이 이르면 24일 협상 재개를 타진하는 물밑 접촉을 이어갔으나,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가 이익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고 이란 국영 IRIB 방송이 전했다.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이 봉쇄를 해제할 조짐을 일부 받았다"며 "봉쇄가 풀리는 즉시 2차 이슬라마바드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이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리베리아 선적 에파미논다스(Epaminondas)·파나마 선적 MSC 프란체스카(MSC Francesca) 등 상선 2척을 나포하고, 유포리아(Euphoria)를 포함한 3척에 발포했다고 이란 반관영 타스님·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에파미논다스 운항사인 그리스 텍노마르해운(Technomar Shipping)은 오만 북서쪽 약 20해리 해상에서 나포됐으며 선교(bridge)에 피해가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으며 이란이 지난 2월 28일 전쟁 개시 이후 민간 선박을 나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에 대해 레빗 대변인은 "미국·이스라엘 선박이 아니다"며 휴전 위반이 아닌 '해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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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경찰관들이 22일(현지시간) 지난 11~12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행됐던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로 들어가는 도로를 차단하고 있다./AFP·연합
◇ 호르무즈 통항 선박, 하루 130척→사실상 정지…미 해군 29척 회항·이란 유조선 3척 차단

전쟁 전 하루 약 130척이 통항하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흐름이 사실상 정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22일 자동선박식별시스템(AIS) 신호 기준 통항 선박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해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 하루 통항 선박이 1척에 불과했으나, 22일에는 더 많은 선박이 통항을 시도했다가 이란의 공격으로 발길을 돌렸다며 미국이 이란에 대해 1만3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해상봉쇄를 시행하는 상황에서도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까지 총 29척의 선박을 회항시켰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미국·인도 해운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말레이시아·스리랑카 인근 아시아 해역에서 원유 200만 배럴을 적재한 수퍼탱커 도레나(Dorena)와 최대 100만 배럴급 세빈(Sevin)·딥씨(Deep Sea) 등 이란 유조선 3척을 추가로 차단해 회항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도레나호는 미국 해군 구축함이 인도양에서 호위하며 항로를 변경 중이라고 중부사령부가 밝혔다.

앞서 미국 해군 구축함 스프루언스(Spruance)호는 19일 오만만에서 중국을 출항해 이란 반다르 아바스로 향하던 이란 화물선 투스카(Touska)호의 추진 계통에 함포 사격을 가해 무력화한 뒤 나포한 바 있다.

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영국·프랑스는 22~23일 런던 북부 노스우드 영국군 상설합동본부에서 3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군사계획 회의를 열고, 적대행위 종료 이후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를 위한 다국적 임무 운용 세부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다만 이번 회의는 전쟁이 완화한 이후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영국 국방부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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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과 보트들이 22일(현지시간) 오만 무산담 해안 인근 호르무즈 해역을 운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
◇ 트럼프, '200억달러 동결 해제' 카드…이란 '우라늄 농축권 유지' 레드라인과 충돌

종전 협상이 재개돼도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핵심 쟁점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 미국은 우라늄 농축권 완전 포기를 요구하고 있고,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10년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한 뒤 이후 최소 10년간 소량의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받는 '단계적 허용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으며, 이란이 비축한 60% 고농축 우라늄(HEU) 약 440kg을 포기하는 대가로 동결 자산 200억달러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2018년 탈퇴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와 유사한 수준의 합의를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잔 말로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WP에 "이란은 농축권 포기 요구에 완전히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2015년 합의의 핵심 비판 중 하나였다"고 꼬집었다.

미-이란 종전 협상
J.D. 밴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오른쪽)이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한 호텔에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중재 하에 종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습으로 TV 화면을 캡처한 사진./EPA·연합
◇ 미 대통령 전쟁권한법 시한, 5월 1일…공화당 균열·트럼프 국내 압박 가중

이러한 교착 상황에서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NYT는 대(對)이란 군사작전 의회 신고일인 3월 2일로부터 60일이 되는 5월 1일이면 전쟁권한법상 의회 승인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기한이 만료된다고 보도했다.

상원 공화당은 22일 민주당의 전쟁권한 결의안을 다섯 번째로 부결시켰으나, 유타주 공화당 존 커티스 공화당 상원의원(유타주)은 "60일 이후 의회 승인 없는 군사 행동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 외교위원장(플로리다주)도 "60일 이후엔 표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시한이 지나면 대통령은 의회의 무력사용 승인(AUMF) 획득, 30일 추가 연장을 위한 서면 제출, 또는 시한 무시라는 세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된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리비아 군사 개입 전례처럼 시한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이란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부장관은 WP에 "트럼프 행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고 있어 이란의 요구는 2015년보다 커질 것"이라며 "트럼프의 마지노선이 비축분인지, 농축인지, 미사일인지, 대리세력인지, 호르무즈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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