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략가로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
핵심사업 2030년까지 매출 두배 목표
한계사업 정리 통해 4조원 실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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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한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한계 사업을 정리하며 확보한 약 4조원 규모의 자산을 기반으로, 업황이 견조한 반도체·전장 소재를 중심으로 한 '전자소재' 부문을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체질 개선의 이면에는 뼈아픈 실적 한파가 자리한다. LG화학의 최근 몇 년간 매출 11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익성은 급감했다. 2025년 3분기 68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분기 들어 4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역시 약 1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사업 재편에 나선 LG화학은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덜어내기'를 택했다.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과 일부 설비 가동률 조정 등 전반적인 생산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 등 비주력 사업 정리를 검토 중이며 여수 NCC(나프타분해설비) 2공장 역시 구조개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확보되는 재원도 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의 매각예정자산은 2024년 약 7억4000만원에서 1년 만에 약 4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확보된 실탄 중 큰 비중이 전자소재 사업 확대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사업 육성을 통해 전반적인 사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LG화학의 목표"라며 "성장성이 높은 영역 중심으로 자원이 재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첨단소재연구소 산하에 반도체·전장·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선행 연구개발 조직을 통합 신설했다.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을 한곳에 모아 소재 설계부터 합성, 공정 기술까지 전 과정을 묶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한 셈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 확대에 대응해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기존 메모리 중심 소재에서 벗어나 고집적·고다층 패키징에 필요한 비메모리용 소재까지 확장하는 한편, 열 관리 등 고성능 소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박적층판(CCL)과 접착필름(DAF) 등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기술 신뢰성을 확보한 데 이어, 감광성 절연소재(PID)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추진 중이다.
공정용 소재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잔여물을 제거하는 '스트리퍼' 등 핵심 소재 기술을 확보하며 제품군을 넓히고 있으며,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주목받는 유리기판 시장 대응을 위한 선행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단일 제품이 아닌 공정 전반을 아우르는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김동춘 사장의 역할도 기대를 모은다. 김 사장은 소재 사업과 전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기술 전략가'다. 과거 전자소재 부문의 고수익화를 직접 이끌었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첨단소재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포트폴리오 전환의 속도를 높이고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김 사장은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자는 주의"라며 "기술 중심의 고부가 사업 육성에 대한 결단력이 매우 높고 실행이 빠른 리더"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