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호 창업주 '사람 중시 정신' 바탕
1994년 항구적 무파업 선언·신뢰 구축
하도급 직고용 900명, 잡음 없이 안착
'연 100억'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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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러한 사례가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고용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조직 내 이해관계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의 노사 문화는 1994년 '항구적 무파업'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회사는 1980년과 1991년 두 차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다. 노사는 대화를 통해 1994년 공동선언에 나섰다. 당시 산업계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뒤 협력 중심의 관계를 구축해 왔다.
동국제강 노사는 32년간 무분규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상생 문화에는 그룹의 경영 철학이 깔려 있다. 장경호 창업주의 사람 중시 정신을 바탕으로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 역시 현장 소통과 조직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은 올해 3월 철강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회사는 외환위기, 글로벌 철강 불황,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고용 안정을 이어갔다. 노조는 임금 동결 등으로 화답하며 부담을 분담했다. 업계에서는 "위기 때 함께 버틴 경험이 이후 노사 신뢰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노조 지도부의 연속성과 장기 근속 중심의 조직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상규 동국제강 노조위원장은 2006년부터 노조를 이끌며 회사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실무 중심 협의를 이어가는 데 기여한 셈이다.
최근 주목받는 사례는 사내하도급 직접고용이다. 동국제강은 2023년 말 사내하도급 근로자 약 900명을 자회사 설립 없이 직접 고용했다. 최근 일부 기업이 직고용 과정에서 노노 갈등과 반발을 겪은 것과 달리 동국제강은 큰 외부 충돌 없이 전환이 이뤄졌다.
배경에는 사전 준비와 내부 소통이 있었다. 동국제강은 별도 태스크포스(TFT)를 꾸려 장기간 세부 실행 방안을 검토했고 기존 노조와도 충분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 이후에는 '하모니 프로그램' 등 조직 융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장 안착에 공을 들였다.
다만 이를 다른 기업 해법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상 대기업들은 계열사별 이해관계, 사업장 규모 차이, 협력사 및 하청 인력 범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 부담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직고용 확대는 고정비 증가로 이어지고 내부 갈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전반에 불황이 지속되고 설비 폐쇄와 감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국제강은 직고용 결단 이후 매년 100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가 들고 있다. 향후 업황 둔화가 심화하거나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할 경우 기존의 노사 협력 모델 역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별로 사업 규모와 구조가 상이하다"며 "각자의 현실과 사업에 맞는 노사 갈등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