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경영전략실장 겸직 해제 결단
e커머스 경쟁 심화 속 돌파구 모색
AI·데이터 중심 성장동력 발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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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그룹의 심장부인 경영전략실 수장을 교체하고 조직 개편에 착수하면서 그간의 경영 궤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인사에서 임영록 경영전략실장(사장)의 겸직을 해제하고 후임자를 낙점하지 않은 채 정용진 회장이 직접 지휘하는 '오너 직할 체제'로 전환됐다. 이러한 전례 없는 인사가 단행된 배경에는 신세계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시선은 정용진 회장으로 쏠린다. 대중과 소통하며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해온 정 회장은 앞으로 경영 총괄로서 신세계를 어떻게 '연착륙(소프트랜딩)' 시킬지가 관건이다. 흐트러진 전략의 방향타를 다시 바로 세우는 작업이 정 회장 앞에 놓였다.
후임 경영전략실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향후 신임 전략실장의 최우선 과제는 흐트러진 컨트롤타워의 조율 기능을 회복하고 조직의 안정적인 순항을 이끌어내는 것이 될 전망이다.
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그룹은 지난달 29일 임영록 경영전략실장 겸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을 해제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임 사장은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로서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집중한다. 경영전략실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신임 실장 선임 전까지 정 회장을 중심으로 조직 개편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2년 5개월 만에 임 사장의 겸직이 해제되면서 경영전략실의 무게중심도 다시 조정되는 모습이다. 스타필드 청라와 화성 스타베이 시티 등 대형 개발 사업은 임 사장이 계속 맡되, 그룹 컨트롤타워는 AI와 데이터, 커머스 혁신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개편이 주목되는 이유는 신세계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 때문이다. 이마트는 쿠팡 등 e커머스와의 경쟁 심화, 대형마트 본업 성장 둔화, 온라인 사업 수익성 개선, 계열 리스크 관리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 역시 백화점 성장세 둔화와 소비 경기 변동성, 면세·패션 등 경기 민감 사업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존의 성장 공식만으로는 더 이상 다음 장을 넘기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유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미래형 커머스, 물류 자동화, 고객 데이터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등이 새 성장축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단순한 인적 쇄신이 아닌 최근 AI 신사업을 둘러싼 전략적 혼선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초 오픈AI와 손잡고 AI 커머스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으나, 불과 11일 만에 리플렉션 AI로 방향을 틀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번복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그룹의 의사결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컨트롤타워 중심의 조율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총수 중심의 직접 의사결정 구조로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경영전략실장이 내부에서 발탁될지, 외부에서 영입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내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다. 한 사장은 신세계그룹 내에서 '재무·전략통'으로, 오랜 기간 경영전략실의 핵심 요직을 거치며 그룹의 안살림과 미래 설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특히 과거 적자에 허덕이던 조선호텔앤리조트를 단기간에 흑자로 돌려세우며 그룹의 '구원투수'로서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현재는 이마트의 수익성 개선과 본업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가 기존의 관료화된 조직 문화를 완전히 타파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전문가를 전격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버린 AI 전략을 글로벌 수준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룹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결국 이번 인사는 컨트롤타워를 비운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권한을 재배치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직 중심에서 총수 중심으로 축이 이동한 만큼, 향후 신세계의 전략 실행력과 성과가 그 선택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