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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연의 오페라산책] 리카르도 무티 지휘 오페라 ‘돈 조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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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5. 05. 08:51

투명한 음색과 진지한 긴장감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 공연사진 ⓒShinji Hosono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 ⓒShinji Hosono
일본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 마에카와 쿠니오가 설계한 우에노 도쿄 문화회관(Tokyo Bunka Kaikan)은 도쿄에도 오페라와 발레를 공연할 수 있는 본격적 음악홀이 필요하다는 당시 요구에 따라 1961년 4월 개관했다. 뛰어난 음향 환경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수많은 오페라, 발레, 클래식 콘서트 등을 공연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공연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1999년 대규모 수리와 2014년 부분 재단장을 거쳤던 도쿄 문화회관은 이번 5월 초 발레 공연을 마지막으로 3년간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장기간 수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오페라로 모차르트 작곡 '돈 조반니'가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공연되었다.

도쿄 하루사이 페스티벌(Spring Festival In Tokyo), 공익재단법인 일본무대예술진흥회(NBS), 일본경제신문사(Executive Committee and Nikkei Inc.)가 주최한 이번 오페라는 일본과 이탈리아의 수교 1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했다. 일본 최대 규모 클래식 음악 축제로 22주년을 맞이한 도쿄 하루사이 페스티벌(이하, 도쿄 하루사이)은 올해도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19일까지 성공적으로 음악제를 마쳤고, 이번 오페라의 주최로서 참여했다.

돈 조반니 공연사진 ⓒShinji Hosono (2)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 ⓒShinji Hosono
리카르도 무티는 오랜 시간 도쿄 하루사이의 오페라, 콘서트 등에서 다양한 작품을 지휘했다. 이러한 인연 덕분으로 이번 오페라에는 하루사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도쿄 오페라 싱어즈도 함께 했다. 무티는 일본에서 이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와 '피가로의 결혼'을 지휘한 적이 있고 '돈 조반니'는 이번에 처음으로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연으로 일본에서 모차르트-다 폰테 3부작을 모두 지휘하게 됐다.

1941년생으로, 고령에 접어든 무티가 전막 오페라를 지휘한다는 소식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 클래식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 때문인지 4월 24일, 29일, 5월 1일 세 번 공연의 표가 일찌감치 동났다고 한다. 더구나 이번 오페라의 연출을 무티의 딸인 키아라 무티가 맡아 더욱더 화제였다. 이번 오페라는 이탈리아 토리노 레지오 극장과 팔레르모 마시모 극장의 공동 제작으로, 2022년 토리노 레지오 극장에서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초연된 프로덕션을 다시 공연한 것이다.

그동안 오페라 지휘에 있어 무티가 보여준 악보 중심 연주의 특징은 지난달 29일 공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모차르트 오페라에 있어 낭만주의적 경향으로 흐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그의 구조주의적인 성향은 이번 '돈 조반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곡에서부터 매우 정갈한 가운데 핵심을 확실히 짚어가는 그의 스타일에서 고전주의의 정수를 그리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돈 조반니 공연사진 ⓒShinji Hosono (3)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 ⓒShinji Hosono
사운드의 투명한 색채는 여전했다. 현악은 물론이고 관악도 마치 수채화를 표현하듯 맑고 명징하게 들려왔다. 음색을 최대한 정치하게 조율하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무티 특유의 스타일도 그대로였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비교적 여유로운 템포를 말할 수 있다. 엄격함 대신 보다 너그러워진 박자감 안에서 모차르트 음악이 가진 질감이 더 살아났다. 지휘자의 이런 의도는 도쿄 하루사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안정된 연주력과 만나 빛을 발했다.

배우이자 작가로도 활동하는 키아라 무티는 이 오페라의 특징인 드라마 지오코소(Dramma giocoso;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드라마)를 표현하는 대신,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작품 전체를 포장했다. 알레산드로 카메라가 맡은 무대디자인 역시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공간을 배경으로 해 무대는 돈 조반니의 부도덕과 타락에 이미 폐허처럼 변해버린 지옥처럼 묘사됐다.

특히 대부분의 인물이 속옷 차림에서 역할에 맞는 옷을 입었다가 돈 조반니가 지옥으로 사라지자 다시 옷을 벗어두는 등의 설정은 주인공에게 조종당하거나 홀리는 듯한 설정인 것으로 보였다. 여러 측면에서 참신했으나 너무 많은 상징과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한 나머지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같이 진지한 해석은 낭만적 요소나 유머 등을 배제한 무티의 음악과는 매우 좋은 조화를 이뤘다.

돈 조반니 공연사진 ⓒShinji Hosono (4)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 장면. ⓒShinji Hosono
이날 오페라는 무대보다 리카르도 무티가 빚어내는 모차르트의 음악에 방점을 찍었다는 생각이다. 성악가들의 출중한 가창력과 연기 또한 이를 뒷받침했다. 돈 조반니를 맡은 바리톤 루카 미켈레티와 레포렐로 역할의 바리톤 알레산드로 루온고는 안정된 가창과 빼어난 연기로 작품의 무거운 주제를 잘 표현하고 음악적으로도 유연하게 연결시켰다. 특히 루카 미켈레티는 현재 뛰어난 배우이자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어 악의 화신처럼 그려진 돈 조반니의 암울한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본다.

앞으로 3년간 도쿄 문화회관이 긴 동면에 들어가는 동안 일본 오페라와 발레 등 클래식 공연들은 대체할 공연장을 찾느라 분주할 예정이다. 도쿄 하루사이도 내년에는 우에노가 아닌 도쿄의 다른 곳에서 관객들을 만날 것이다. 당분간 벚꽃 날리는 우에노가 아니겠지만 여전히 수준 높은 음악회를 도쿄 도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

손수연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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