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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연탄 접고 베트남 인프라로…동부건설, 동남아 캐시카우 삼아 해외 “반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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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6. 05. 11. 16:03

30년 된 호주 광산 법인 정리…지분 매각 完
대신 하노이 법인 설립…인프라·수주 ’전진기지‘ 구축
중견사 드문 독자 해외 법인…"수주형 모델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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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이 시공한 베트남 '떤반~년짝 도로건설 2공구'./동부건설
동부건설이 30여 년간 유지해 온 호주 광산개발 법인을 사실상 정리하고 베트남을 새로운 해외 사업 거점으로 낙점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없었던 자원 개발형 해외 자산을 털어내는 대신, 베트남 하노이 현지법인을 전진기지로 삼아 동남아 인프라 직접 수주 시장으로 자본과 조직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이번 행보는 해외 자산 재편을 넘어 회사의 해외 사업 방식 자체를 바꾸는 사례로 분석된다. 지분 투자형 자원개발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법인을 기반으로 발주처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고 입찰부터 시공까지 수행 역량을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방향이 이동하고 있어서다. 국내 매출 비중이 90%를 웃도는 중견 건설사가 독자 해외 현지법인을 새로 설립하며 동남아 시장을 정조준한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해외 인프라 시장을 새로운 수익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도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호주 광산개발 법인인 'Dongbu Australia Pty, Ltd.' 지분 매각을 지난해 완료했으며, 현재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청산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는 종속회사로 남아 있으나, 회사 측은 올해 중 청산 완료를 예상하고 있다. 동부 호주 법인은 1994년 효성,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함께 호주 토가라노스 유연탄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설립됐다. 동부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였지만, 최근 3개 사업연도(2023~2025년) 매출은 모두 '0'으로 기록됐다. 연결 실적 기여도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재무 부담도 지속됐다. 2025년 말 기준 총자산은 약 47억원 수준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2억7700만원이었다. 최초 투자금은 14억9200만원이었으나 기말 장부가액은 57억9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분 매각 직전 연도인 2024년 1억5700만원의 추가 출자가 이뤄졌음에도 같은 기간 평가손실 26억7600만원이 반영되며 장부가치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 자금을 추가 투입하면서도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결국 동부건설은 장기적으로 실적 기여가 제한된 자산에 대해 '엑시트'를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석탄 경기 둔화와 환경 규제 강화로 유연탄 자산의 사업성이 약화한 데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구조조정 기조 역시 철수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법인을 정리하는 동안 동부건설은 베트남에서 인프라 수주 실적을 축적해 왔다. 호찌민시와 동나이성을 연결하는 '떤반까오랑 도로 건설사업'도 수주했다. 총연장 26.6㎞ 구간에 왕복 4차로 도로와 교량 18개를 신설하고 연약지반 보강공사를 포함한 이 프로젝트는 약 2166억원 규모다.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적개발원조 자금과 베트남 정부 재원이 투입되며, 공사 기간은 약 36개월이다. 현재 계약 잔액은 1127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현지 실적을 기반으로 동부건설은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하노이 법인은 동부건설의 10번째 종속회사로, 호주 법인 청산이 완료되면 사실상 유일한 해외 종속법인으로 남게 된다. 국내에서 동부엔지니어링, 동부자산관리, 동부당진솔라 등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왔지만, 해외에서 독자 거점을 구축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노이 법인은 현지 발주처 및 협력사 네트워크 구축, 신규 사업 정보 확보, 입찰 대응, 인허가 지원 등 베트남 사업 전반의 실행 기능을 담당한다. 프로젝트 단위 접근에서 벗어나 상시 거점 기반으로 동남아 시장을 체계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동남아에 독자 현지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중견 건설사가 드물다는 점에서, 동부건설의 이번 행보는 해외 사업 재건의 전략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높은 경제성장률과 도시화 속도를 바탕으로 도로·교량·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는 시장이다. 한·베트남 경제협력 역시 제조·교역 중심에서 인프라·에너지·도시개발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기회 역시 넓어지고 있다.

다만 베트남 시장 안착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지 인프라 시장은 이미 중국·일본 건설사들이 대규모 자금력과 장기 네트워크를 앞세워 주요 프로젝트를 선점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 또한 동남아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동부건설은 발주처 신뢰 확보와 가격·기술 경쟁력 차별화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또 하노이 법인 설립이 출발점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영업·수주 조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지 전문 인력 확보, 협력 파트너 발굴, 인허가 실무 역량 축적 등 시간이 필요한 작업도 뒤따른다. 특히 현재까지의 실적이 EDCF 등 공적 재원 기반 사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자체 영업력을 바탕으로 민간 발주나 베트남 정부 직접 발주 사업까지 수주 범위를 넓힐 수 있을지가 동부건설 동남아 전략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기존 호주 사업은 장기 투자 성격이 강했지만,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흐름 속에서 실적 기여도가 제한적이었다"며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도시화에 따라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 수요가 지속 확대되는 핵심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노이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고, 기존 사업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 전반에서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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