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단군 이래 최고 화가’ 김홍도를 만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11010001692

글자크기

닫기

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5. 14. 13:34

국립중앙박물관 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
대표 풍속화부터 만년 걸작까지 96점 공개
이순신 친필 편지도 첫선
ㅇ
김홍도의 '총석정'. /국립중앙박물관
"못하는 것이 없다." 조선 후기 문인화가 강세황이 남긴 이 한마디는 단원 김홍도의 예술 세계를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다. 풍속화의 대가로만 기억되던 김홍도가 실은 인물·산수·화조·기록화를 넘나든 '전방위 화가'였음을 입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서화실을 새 단장해 선보이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는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작품 세계를 한 자리에서 펼쳐 보인다. 전시는 보물 8건을 포함해 총 50건 96점으로 구성됐으며, 김홍도의 대표작과 더불어 서예와 궁중 회화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구성으로 꾸려졌다.

관람객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 것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생생한 풍속화들이다. '무동'과 '씨름'은 단순한 생활 묘사를 넘어, 인물의 표정과 몸짓만으로 장면의 긴장과 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배경을 과감히 덜어낸 화면 구성은 오히려 서민 삶의 본질을 또렷하게 부각시킨다.

Collection
김홍도의 '무동'. /국립중앙박물관
그러나 이번 전시의 핵심은 '풍속화가 김홍도'라는 익숙한 틀을 넘어서는 데 있다. 노년에 완성한 대작 '기로세련계도'는 그 정점을 보여준다. 1804년 개성 만월대에서 열린 노인들의 모임을 그린 이 작품에는 무려 300명에 가까운 인물이 등장한다. 산수와 인물, 기록적 서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그림은 김홍도의 종합적 역량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원숙한 필치와 치밀한 구성은 그가 단순한 풍속화가가 아닌 '시대를 그린 화가'였음을 증명한다.

이와 함께 50대에 그린 '총석정도', 노년기의 '노매도'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그의 화풍을 보여준다. 거침없는 붓질과 절제된 색감,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는 사유가 응축된 화면은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울림을 전한다.

전시는 김홍도의 예술적 성장 배경도 함께 조명한다. 스승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강세황과의 관계는 '서원아집도' 등 작품에 남겨진 글과 그림을 통해 생생히 드러난다. 두 사람은 단순한 사제 관계를 넘어, 당대 예술을 함께 논한 지적 교류의 중심에 있었다.

단원 김홍도의 '서원아집도'<YONHAP NO-2690>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에서 열린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에 '서원아집도'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또 하나의 '뜻밖의 발견'이 공개된다. 노량해전을 약 4개월 앞두고 쓰인 이순신 장군의 친필 편지다. 긴박한 전시 상황 속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필체는 장군의 냉철한 판단력과 내면의 긴장을 동시에 전한다. 당초 공개되지 못했던 이 자료가 처음으로 관람객과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화실 전체를 교체하며 마련된 이번 전시는 특정 작가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집중형 전시' 방식으로 기획됐다. 다양한 작품을 나열하기보다, 한 인물의 예술 세계를 밀도 있게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구성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김홍도는 모든 장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천재 화가"라며 "단군 이래 최고의 화가라는 평가도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찾아와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8월 2일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는 '추사 김정희와 그의 시대', '조선 모더니즘' 등 한국 미술사의 흐름을 잇는 주제 전시가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도11
이순신 친필 간찰. /국립중앙박물관
전혜원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