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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성분명 처방’ 고령층 복약 혼란 우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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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6. 05. 11. 18:05

약물
화순씨(가명)가 먹는 약물./이정연 기자
이정연
이정연 기획취재부 기자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의약품으로 처방하는 대신, 약의 핵심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발행해 환자가 약국에서 동일 성분의 약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성분명 처방' 법안이 국회에 잠시 잠들어있는 가운데 환자 선택권의 목소리는 공론장에서 들리지 않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리베이트 근절과 노인 약품비 절감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를 주로 하는 반대 측의 목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바로 환자의 약물 복약 혼란 야기와 환자의 치료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만난 전북 완주군에 거주하는 83세 여성의 사례는 의료계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홀로 사는 노화순씨(가명·83)는 노쇄에 따른 여러 근골격계 질환으로 어깨와 무릎 등에 철심을 박는 수술부터 최근에는 조금만 걸어도 호흡이 벅찬 탓에 심장 수술까지 받게 되며 지역의 중형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하는 일이 점차 많아졌다고 한다. 화순씨는 "일전에 먹던 혈압약까지 다 챙겨먹다 보니 하루에 먹는 약이 한 주먹씩은 된다"며 "최근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붓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화순씨가 호소하는 어려움은 '부작용 우려'다. 과거 멈추지 않고 코피를 쏟는 등의 응급상황에서 고혈압을 진단받고 혈압약을 꾸준히 먹고 증상이 괜찮아졌는데, 임의로 다른 약을 먹고 증상이 재발한 경험을 갖고 있던 화순씨는 의사가 평상시 먹던 의약품과 다른 의약품을 처방하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의사한테 먹던 것을 처방해달라고 했는데 동일한 성분이라며 먹던 것이 아닌 다른 걸 먹으라고 처방약을 굳이 바꾸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개에서 십여 개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화순씨에게 색깔과 모양이 다른 약이 복약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는 셈이다. 성분명 처방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의사 단위에서가 아닌 약국 단위에서도 수차례 약 모양이 바뀌어 어떤 질환에 대한 약인지 환자가 더욱 인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처방전 리필제' 등의 경우도 물리적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강을 주도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계층에게는 편의를 도모할 수 있지만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고령층에겐 자칫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는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유추할 수 있는 일이다.

초고령화로 예상되는 이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각의 병원에서 선제적으로 '노인 다약제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환자가 들고온 약봉지와 환자 이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으로 전국 병·의원 처방 데이터를 실시간 조회·대조해 다약제 복용을 관리하는 일이다.

건강보험료 지출 효율화를 위해선 의약분업 등의 대원칙을 바꾸기보다 먼저 의원, 병원간 환자 의료이용정보시스템과 처방이력의 투명한 공유와 의사에게 이에 대한 철저한 확인 등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책부터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DUR 시스템 고도화와 이같은 고령층의 특수성을 반영한 국가적으로 표준화된 처방, 돌봄 체계 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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