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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물·그늘·휴식’ 만으론 부족…폭염이 드러낸 기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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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5. 13. 16:15

지난해 열대야 46일·온열질환 4460명
폭염 속 노동 현장 사각지대 우선
기온 보다 구조 문제…인권 연결 절실
폭염 속 이동하는 시민들<YONHAP NO-3709>
폭염 속 이동하는 시민들./연합
지난해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25.7℃로 역대 1위를 경신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열대야 일수는 46일을 기록하며 가장 많았고, 6월 평균기온 역시 22.9℃로 평년보다 1.5℃ 높았습니다. 이러한 지표는 곧장 인명 피해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4460명으로, 전년 대비 20.4%나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폭염 아래 노동' 현장은 가혹하기만 합니다. 물류센터와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체감온도가 38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더위 속에서도 '택배 배송'과 '공사기간 단축'이라는 이윤의 논리에 갇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한 근로자들의 사망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올해 폭염 대응을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체감온도 38도 이상이면 긴급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를 강력 권고하고, 체감온도 35도 이상 상황에서 작업을 강행하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하면 즉시 작업중지 명령과 무관용 처벌까지 예고했습니다. 50인 미만 사업장 지원 예산도 지난해 200억원에서 올해 280억원으로 늘리고, 폭염 취약사업장 1000곳 불시 감독과 일터지킴이 1000명 순찰 점검도 추진합니다.

질병관리청도 올해부터 건강위해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과 17개 시·도의 온열질환 발생 위험도를 4단계로 예측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폭염과 산불, 홍수 같은 이상기후가 이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사회·경제 시스템 불안정'과 '취약계층 피해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기후취약계층 지원과 건강피해 저감, 기후위험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인프라 구축 의지는 의문입니다. '제2차 기후보건 중장기 시행계획'을 들여다 보면, 폭염·한파 대비 감시체계 고도화 예산은 고작 5000만원 수준입니다.

이런 와중 눈에 띄는 부분은 정부가 '기후적응의 공평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누가 더 위험한 환경에 놓이는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후위기와 인권은 이렇듯 연결돼 있습니다. 폭염은 모두가 겪지만, 누군가는 냉방비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폭염 속에서도 배송 시간을 맞춰야 합니다. 누군가는 위험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겨울을 견디고, 누군가는 반지하에서 침수 위험 속에 살아갑니다. 이미 주거·노동·건강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의 위기입니다.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온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자리에 놓인 사람들의 권리와 안전을 함께 지키는 것입니다. 이윤을 극대화해온 체제를 멈추고, 가장 취약한 이들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후 보건 정책이 절실합니다. '폭염은 재난'이라는 선언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노동자들의 쉼터와 제도적 휴식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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