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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전쟁과 외교, 정치인의 말은 동맹 신뢰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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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5. 26. 06:00

미·이스라엘 특수 관계, 트럼프 행정부서 더 공고화
반이스라엘 발언, 한·미 동맹에도 부담 가능성
전쟁 앞 정부 언어, 원칙보다 전략적 절제 우선해야
ISRAEL-USA/IRAN-DEA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9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클럽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 중 손가락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키고 있다./로이터·연합
하만주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전쟁을 논하는 국내 정치인의 언어는 신중해야 한다. 국제 분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의 현장은 정의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국가의 생존, 국민의 안전, 동맹 관리, 해외 거주 국민의 생활이라는 현실이 먼저 작동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그 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국은 ICC 검사와 판사들을 잇달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판사 제재를 발표하면서 ICC의 '이스라엘을 겨냥한 정치적 조치'가 모든 국가에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ICC 설립 조약인 로마 규정의 당사국이 아니며, ICC 관할권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조치는 돌발적 대응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인 2017년 12월 예루살렘 전역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반(反)이스라엘 인사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미국 내 반이스라엘 외국인 추방 시도,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시작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까지, 일련의 흐름은 미국이 이스라엘 안보를 핵심 국익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현실은 한국 정치에 날카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정치인이 반이스라엘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경우 그 파장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이 이스라엘 안보를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다루는 현실에서 그런 발언은 한·미 관계에도 불필요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미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미 동맹은 군사 안보의 축이고, 미국은 통상·투자·기술 협력에서도 핵심 상대다. 이런 구조에서 국제 분쟁에 대한 국내 정치인의 발언은 동맹국의 의회·행정부·싱크탱크·언론·여론 공간에서 별도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원칙적 비판'으로 보이는 말이 외부에서는 '동맹의 전략적 이탈'이나 '미국 핵심 이익에 대한 감수성 부족'으로 읽힐 수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외교적 신뢰와 협상 공간이 좁아질 수 있다.

그 비용은 해외 국민에게도 돌아간다. 특정 국가를 향한 거친 비난은 해당국에 거주하는 한국 기업인·교민·유학생에게 직접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지 사회의 시선, 행정 절차, 사업 환경, 신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적 발언은 국경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내 정치의 언어가 해외 국민의 생활 현장에서 비용으로 전환된다.

물론 침묵만이 답은 아니다. 국제법과 인권, 전쟁 범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공식 발언과 정치인의 공개 언급은 시민단체의 성명과 달라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보호하는 기관이다. 국내 정치적 명분을 위해 외교 현안을 단순화하면, 그 비용은 해외 국민과 국가 외교가 먼저 치른다.

전쟁 앞에서 정의를 말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언어는 원칙과 절제, 전략 사이에서 결정돼야 한다. 국제 분쟁을 향한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국경 밖 국민의 안전과 생활을 흔들고, 동맹의 신뢰에도 균열을 낼 수 있다. 전쟁에 대한 정부와 정치인의 입장이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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