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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소재불명이라더니 딴 경찰서 출석…검사 더블체크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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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5. 26. 05:00

경찰 공사대금 사기범 수사중지
류 검사, 재검토하고 추가 추적
타 경찰서 출석조사 확인해 검거
직접 보완수사 폐지 우려 재확인
류재현 광주지검 인권보호부 검사
류재현 광주지검 인권보호부 검사. /정민훈 기자
'소재불명.'

경찰은 지난해 12월 25일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공사대금 사기를 반복해온 60대 A씨에 대해 수사중지 결정을 내렸다. 주소지와 주변을 탐문했지만 A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같은 해 8월 인테리어 업자 5명에게 접근해 "공사대금을 지급하겠다"며 일을 맡긴 뒤, 실제로 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공사를 완료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피해 금액만 약 2300만원으로, 동종 사기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누범이었다.

사건은 검찰이 사건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류재현 광주지검 인권보호부 검사(39·변호시시험 4회)는 경찰의 수사중지 사건 기록을 30일 내 검토하도록 한 지침에 따라 사건을 점검했고, A씨에 대한 다른 사건 재판 상황까지 추가로 추적 조회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소재불명'이라고 판단했지만, A씨는 다른 경찰서 사건에 정상적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실제 거주지까지 직접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류 검사는 경찰의 소재수사가 충분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조치요구를 했다. 이후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지난달 5일 사기 혐의로 A씨를 검거했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체포 이틀 만에 신병을 확보했다. 형식적인 기록 검토에 머물렀다면 그대로 암장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류 검사의 판단으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물론 추가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류 검사는 이번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 간 상호 점검 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류 검사는 "경찰의 수사중지 결정의 경우 불송치와 달리 고소·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해도 사건이 검찰로 자동 송치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잘못 수사중지 결정을 내렸으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검사의 시정조치요구가 사실상 유일한 권리구제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검사가 근무 중인 광주지검 인권보호부는 올해 1~4월 수사중지 사건 603건을 배당받아 이 가운데 18건(3.0%)에 대해 시정조치요구를 했다.

형사사법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기관의 완벽함이 아니라, 서로의 판단을 반복적으로 점검하며 오류 가능성을 줄여가는 시스템이라는 게 류 검사의 설명이다. 류 검사는 수사중지 사건에 대한 시정조치요구 제도를 두고 "사건을 한 번 더 점검하는 '더블체크' 기능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경찰이 한 번 확인한 내용을 검찰이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며 "같은 사건을 혼자 한 번 보느냐, 여러 기관이 여러 번 점검하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번 검토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보완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사건 관계인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덧붙였다.

류 검사는 시정조치요구와 같은 법적 장치가 사라지게 되면 피해자 권리 구제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될 경우 수사기관 간 상호 점검 기능이 약화되면서 억울한 피해를 제때 바로잡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는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조치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송치 요구를 통해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향후 직접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진다면 피해자 권리구제에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대체할 정교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사기관 모두 어려운 상황인 만큼 국가 전체의 범죄 대응 역량이 약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류 검사는 또 "형사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적법절차인데, 이를 지키려면 법률 규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며 "그 역할을 담당하는 법률 전문가가 검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관의 절대 다수는 비법률가 출신이기 때문에 법률 규정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그래서 검사가 영장 청구나 불송치 사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법통제를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일반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역시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직접 영장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검사와 사전에 협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수를 줄이기 위해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낭비일 수 있다"고 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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