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레오 14세 교황, 과거 가톨릭교회 노예제 방치 인정·공개 사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526010007402

글자크기

닫기

박진숙 기자

승인 : 2026. 05. 26. 11:13

"교회 대표해 진심으로 용서 구한다" 밝혀
과거 교황도 기독교인 노예무역 가담 사과
교황청 제도적 책임 인정·공식 사과는 처음
TOPSHOT-VATICAN-RELIGION-POPE-AI-MAGNIFICA HUMANITAS-ENCYCLICAL
25일(현지시간) 바티간에서 레오 14세 교황이 새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Humanitas·위대한 인간성)에 서명하고 있다./AFP 연합
레오 14세 교황이 과거 가톨릭교회가 노예제를 용인하고 정당화했던 역사적 잘못을 처음으로 인정하며 공개 사과했다고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교황은 반포한 새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MagnificaHumanitas·위대한 인간성)에서 과거 노예제 확산을 막지 못한 교회의 과오를 고백했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의 사목 교서로, 다른 교황 문헌인 교서·권고·담화·연설 등과 비교해 구속력이 가장 강하다.

교황은 "노예제가 인간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음을 교회가 완전히 인식하는 데 수 세기가 걸렸다"고 지적하며 "기독교 기억 속의 상처"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회 이름으로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노예로 고통받은 이들의 고난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했다.

교황은 고대·중세에 교회 기관도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로마 교황청은 군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예속을 정당화했고, 어떤 경우에는 이교도들을 노예로 삼는 것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교회 당국이 군주들의 요구에 따라 비기독교인의 노예화 등 복종 형태를 정당화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과거 교황들도 기독교인들이 대서양 노예무역에 가담한 것에 대해 사과한 적은 있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5년 아프리카 방문 중 노예무역으로 인해 기독교 국가에 속한 사람들이 초래한 고통에 대해 아프리카인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바티칸 공식 성명을 통해 식민지 시대 노예제와 토지 강탈을 정당화했던 교황 문서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이는 교황청 역사상 가장 명확한 문서적 거부 선언으로 평가되지만, 교황청 자체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레오 14세는 교황청이 직접 노예화 승인 칙령을 내려 정당성을 부여했던 구조적 본질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교황청의 제도적 책임을 가장 명확히 인정하고 공식 사과한 교황은 레오 14세가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한편, 이번 회칙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윤리와 규제,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새로운 노동 착취 형태에 대한 경고도 포함돼 있다.
박진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